마을 단위 시니어케어, 새로운 돌봄 공동체
1. 초고령사회, 왜 마을 단위 시니어케어인가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약 1,024만 명,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이는 UN 기준의 ‘초고령사회’ 진입을 의미한다. 또한 고령화지수는 199.9명으로, 유소년 100명당 고령 인구가 약 200명에 달한다. 젊은 층보다 노년층이 두 배 많은 구조인 것이다. 이처럼 빠른 고령화는 돌봄을 가족에만 맡길 수 없는 현실을 드러낸다. 맞벌이 가구 증가, 1인 노인가구 확대, 치매·만성질환 환자의 증가로 기존의 가족 중심 돌봄은 한계에 봉착했다. 이제는 마을 단위의 공동체 케어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2. 해외 주요 사례와 흐름
일본 – 지역 기반 돌봄의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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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이노 살롱: 주민 참여형 모임으로, 치매 예방과 사회적 고립 완화에 효과를 입증했다. 참여자의 요양 필요 발생률은 절반으로 줄고 치매 위험도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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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레아이 킵(Fureai Kippu): 시간은행 방식으로, 어르신을 도운 시간을 적립해 나중에 자신이나 가족이 돌봄 서비스로 사용할 수 있다. 금전 대신 신뢰를 매개로 하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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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e Kanazawa: 시니어, 장애인, 학생이 함께 생활하며 서로 돌보는 혼합형 공동체. “세대와 계층을 넘어 함께 늙어가는 실험”으로 평가받는다.
덴마크 – 코하우징의 본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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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ættedammen: 1972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코하우징 공동체. 각 가정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공동 주방, 문화 공간을 통해 서로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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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orahaverne: 공동 정원·온실·문화 공간을 중심으로 한 현대적 시니어 코하우징. 이웃과 쉽게 연결되며 ‘활동적 노화’를 촉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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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의: 코하우징은 단순한 공동주택이 아니다. **“내 집은 유지하면서도, 마을이 나의 돌봄 울타리”**가 되는 생활방식이다. 이는 시설 입소 대신 마을에서 존엄을 지키며 늙고 싶다는 시니어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
스코틀랜드와 캐나다 – 확산되는 글로벌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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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Orkney 프로젝트: 사회적 고립 해소를 목표로, 친환경적 코하우징을 노인 주거에 적용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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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Harbourside 코하우징: 은퇴 시설 대신 상호 지원형 공동체를 조성해 자율성과 공동체 생활의 균형을 추구한다. 새로운 노년의 삶의 모델로 주목받는다.
3. 한국에서의 시도와 가능성
한국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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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마을 돌봄 지원센터를 통해 주민, 요양보호사, 자원봉사자가 협력하는 생활 돌봄망을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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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섬마을 특성에 맞춘 주민 참여형 돌봄 공동체를 구축해 교통·의료 접근성을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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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구: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정기 안부 전화와 긴급 대응 시스템을 갖춘 ‘노인 안심 네트워크’ 운영.
아직 초기 단계지만, 한국의 마을 돌봄은 “시설 중심 돌봄”에서 “지역사회 중심 돌봄”으로 전환되는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4. 시니어의 실제 목소리
여러 조사에 따르면 시니어 다수는 요양시설 입소보다 **“자신이 살던 집과 마을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희망을 강하게 표현한다. 이는 단순한 욕구가 아니라 존엄한 삶을 위한 기본적 요구다.
한 인터뷰에서 70대 독거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요양원에 가면 편리할지 몰라도, 익숙한 이웃과 마을이 없는 곳에서 살아간다는 건 내겐 큰 두려움이에요. 나는 내가 아는 사람들과, 내가 익숙한 마을에서 나이 들고 싶습니다.”
이 목소리는 공동체 기반 시니어케어의 필요성을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5. 경제적 효과
마을 단위 돌봄은 단순한 복지 비용이 아니라 국가 전체 의료비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 일본의 이코이노 살롱 연구에 따르면, 정기적 커뮤니티 참여는 의료 이용률을 낮추고 요양 필요 발생률을 줄였다.
한국에서도 공동체 돌봄이 활성화된다면, 고령층 의료비와 장기요양보험 지출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이는 곧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적 해법이 될 수 있다.
6. 국제기구의 시각
WHO는 ‘에이지 프렌들리 시티(Age-Friendly City)’를 통해 고령사회 해법을 지역 기반 돌봄에서 찾고 있다. OECD 또한 “커뮤니티 케어가 장기요양과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즉, 마을 단위 시니어케어는 단순한 사회복지 실험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합의된 미래 전략인 셈이다.
7. 장점과 과제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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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고립 완화와 고독사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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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서비스와 주민 자원의 결합으로 효율적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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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돌봄과 노인 돌봄을 연계한 세대 통합 가능성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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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재원 확보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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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인력과 의료 서비스 연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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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참여율 제고의 과제
8. 결론: 초고령사회의 해법은 공동체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선 지금, 시니어케어는 더 이상 가족만의 몫이 아니다. 마을이 병원이 되고, 이웃이 간병인이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마을 단위 시니어케어는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이자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결국 “내가 늙었을 때 살고 싶은 마을”을 지금부터 함께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바로 마을 단위 시니어케어 공동체 실험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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