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기, 새로 보기-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등산
최근 주말 지하철을 타보면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은 외국인들이 배낭을 메고 북한산행 전철에 오르거나, 관악산 입구에서 지도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보기 드문 모습입니다. 이제 한국의 등산문화가 외국인들에게 하나의 관광 코스이자, 새로운 문화 체험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K-하이킹’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외국인들의 한국 등산 열풍은 여행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유튜브와 SNS에는 한국 등산 후기를 남긴 영상이 넘쳐나고, “도심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산이 있다니 놀랍다”, “하산 후 먹는 파전, 김치찌개와 막걸리가 최고의 보상이다”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시선 속에는 한국의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삶의 여유를 발견한 놀라움이 담겨 있습니다.
K-하이킹 열풍의 배경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산은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도시와 산이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나고,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안전하고 깨끗합니다. 산 중턱마다 쉼터가 있고, 정상 근처에는 자판기와 정자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런 세심한 인프라는 외국인들에게 ‘친절한 자연 경험’으로 다가갑니다.
또한 산행 중 만나는 한국인의 인사 문화는 그들에게 따뜻한 인상을 남깁니다. “안녕하세요”라는 짧은 인사가 낯선 이들과의 거리를 좁혀주고, “조금만 더 올라가면 돼요! 힘내세요”라는 격려의 말과 정상에서 함께 사진을 찍거나 간식을 나누는 순간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됩니다. 한국의 등산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문화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등산객이 느끼는 한국의 매력
외국인들이 한국 등산을 즐기는 이유는 단순히 경치 때문만은 아닙니다. 한국의 산에는 ‘생활 속 자연’이라는 독특한 감성이 있습니다. 도심에서 불과 30분 거리만 이동해도 숲속 산책을 즐길 수 있고,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봄의 진달래,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이 한 나라 안에서 경험이 가능하다는 점은 외국인들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갑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산은 ‘공존의 공간’입니다. 젊은 세대, 가족, 시니어, 외국인 관광객이 한 등산로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이 다양성은 한국 사회의 건강한 단면을 보여주며, 외국인들이 한국을 ‘살고 싶은 나라’로 인식하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가 됩니다.
산이 시니어에게 다시 다가오는 이유
시니어들에게 등산은 새로운 문화는 아닙니다. 이미 건강에 관심있는 시니어들은 등산을 통해 건강을 다져왔습니다.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산은 우리에게 잊고 있던 일상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늘 가까이 있어서 귀하다는 사실을 잊기도 했던 산이, 외국인의 감탄을 통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산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삶의 쉼표이자 회복의 공간임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시니어 세대에게 등산은 특히 의미가 깊습니다. 팬데믹 이후 건강과 마음의 회복이 중요해진 지금, 산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돌보는 최고의 공간입니다. 정상에 오르는 성취감, 숲속의 맑은 공기, 그리고 천천히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은 시니어에게 삶의 활력을 되찾게 해줍니다.
외국인의 시선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외국인 등산객의 시선은 단순한 관광의 기록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감탄을 되찾게 하는 거울이 됩니다. “왜 우리는 산을 멀리했을까?”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도심 가까이에 이렇게 많은 산이 있는데, 늘 ‘언젠가 가야지’라고만 생각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외국인들이 한국의 산을 통해 느낀 감동은, 우리에게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자연과 다시 연결되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빠름과 효율에 익숙해진 도시인의 일상에서, 산은 ‘느림의 기술’을 가르쳐줍니다. 올라가는 길이 힘들더라도 한 걸음씩 내딛는 그 과정이 인생의 축소판이기 때문입니다.
새로 보기, 다시 보기 – 자연 속에서 삶을 다시 읽다
외국인의 발걸음이 한국의 산을 새롭게 보여줍니다. 우리는 그들의 시선을 통해 우리의 풍경을 다시 바라봅니다. 등산로의 흙냄새, 나뭇잎의 흔들림, 산바람의 감촉이 새삼 다르게 느껴집니다. 외국인에게는 새로운 체험이지만, 우리에게는 익숙했던 풍경을 다시 발견하는 기회입니다.
지금, 시니어에게 산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자기 회복의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천천히 걷고, 숨이 차면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는 그 순간이 바로 ‘삶을 새로 보는 시간’입니다.
외국인 등산붐은 결국 우리에게 말합니다.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우리가 잊고 있었을 뿐이라고. 새로 보기, 다시 보기. 그것은 외국인의 시선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다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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