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되는 지역의사제도, 진정 시니어를 위한 제도가 되려면

기대되는 지역의사제도, 진정 시니어를 위한 제도가 되려면

서울로, 또 서울로 향하는 진료 여정은 오랫동안 한국 시니어의 일상이었습니다. 지방에 사는 시니어가 몸이 불편해도 검사를 받기 위해 하루 전체를 이동과 대기로 채우는 현실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건강권 침해 그 자체였습니다. 의료가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 속에서 지방의 시니어들은 선택지가 없어 서울을 향해 왔습니다.

이제 논의되고 있는 지역의사제도는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책적 시도입니다. 그러나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 제도가 진정으로 시니어의 삶을 변화시키려면 무엇이 갖춰져야 할까요? 이 글은 그 조건을 차분하게 짚어봅니다.

1. 지역의사제도란 무엇인가 — 의사의 ‘위치’를 바꾸는 정책

지역의사제도는 의료 인력을 ‘필요한 지역’에 충실하게 배치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의대 입학생 일부를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해, 졸업 후 일정 기간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어떤 의사가 존재하느냐’를 바꾸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 의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수도권·대형병원 쏠림 현상입니다. 병원이 있어도 의사가 없는 지역, 응급실이 있어도 진료할 전문의가 부족한 지역이 늘고 있습니다. 지역의사제도는 바로 이 불균형을 겨냥합니다.

2. 서울 집중이 만든 시니어 건강권 침해

시니어에게 의료는 ‘거리’가 아니라 ‘지속성’과 ‘접근성’입니다. 하지만 지방에서는 내과·외과·응급의학과 같은 필수 진료과가 부재하거나, 의사가 없어 진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반복됩니다.

– 진료를 미루다가 질병이 악화되는 상황
– 장거리 이동 자체가 치료보다 더 큰 부담이 되는 상황
– 교통비·보호자 동행 비용 등으로 경제적 손실 발생

결국 지방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건강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역의사제도가 시니어에게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 구조적 불이익을 완화하기 위해서입니다.

3. 시니어에게 필요한 변화는 ‘멀리 있는 병원’이 아니라 ‘가까운 병원’

지역의사제도가 시니어 삶을 바꾸려면 핵심 목표는 분명합니다. 바로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진료를 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증상이 생기면 결국 큰 병원, 더 큰 병원, 그리고 서울까지 이동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 자체가 시니어의 병을 더 키우고 있었습니다.

필수 진료과 의사가 지역에 배치된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증상 악화 전 진료, 제때 검사, 꾸준한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의료는 ‘거리’를 줄이는 순간 효과가 커지는 서비스입니다.

4. 시니어에게 필수적인 것은 ‘연속성 있는 진료’

시니어 건강관리의 핵심은 “한 의사에게 꾸준히 관리받는 것”입니다. 고혈압·당뇨·심혈관 질환처럼 장기 질환은 약 복용과 생활 습관 관리가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방 의료현장은 의사 교체가 잦고, 진료 공백이 발생하며, 환자가 “지난번에 본 의사가 오늘은 없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흔합니다. 지역의사제도가 ‘오래 머무르는 구조’로 설계된다면 시니어는 자신의 병력을 이해하는 의사와 함께 꾸준히 진료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시니어에게 가장 큰 안정감을 주는 요소입니다.

5. 응급·필수의료 공백을 메우는 기반

노년기에는 언제든 예기치 않은 응급 상황이 발생합니다. 뇌졸중, 심근경색, 급성 호흡부전, 낙상·골절 등은 골든타임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지방의 여러 병원은 야간·휴일 응급 진료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의사제도가 필수·응급 중심 배치 원칙을 갖춘다면 시니어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생명·후유증·회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6. 지역의사제도, 진정 시니어를 위한 제도가 되려면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전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① 지역 병원의 인프라 개선
② 의사 처우 개선과 근무환경 안정화
③ 의사 및 가족의 정주 여건 개선
④ 필수·응급 진료 중심 인력 배치

이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지역의사제도는 이름만 남고 체감되지 않는 제도가 될 수 있습니다. 제도는 ‘도입’보다 ‘작동’이 중요합니다.

7. 제도가 바뀌면 시니어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지역의사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시니어의 의료 경험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멀리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의료 접근성
– 내 병력을 이해하는 의사와의 꾸준한 진료
– 응급 상황에서 즉시 진료 가능한 구조
– 의료와 복지가 연결된 지역 건강관리 체계

즉, “사는 지역 때문에 건강이 불리해지는 구조”를 바로잡는 것입니다. 이는 시니어의 삶의 질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변화입니다.

지역의사제도는 시니어의 건강권을 ‘지역의 일상 속’으로 되돌리는 제도입니다. 제대로 설계되고 실행된다면 한국 고령사회가 가진 의료 격차 문제를 완화하고, 어디에 살든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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