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도 또 일하는 시대-N잡러 시대

퇴근 후에도 일하는 N잡러와 스리잡이 늘어나는 시대. 코로나 이후 실질임금 정체와 물가상승, 고정비 부담 속에서 중년·시니어가 소모되지 않으면서도 전략적으로 N잡을 설계하는 기준과 방향을 제시한다.

퇴근 후에 또 일하는 시대-N잡러시대

요즘 퇴근길 지하철, 밤 10시 카페와 공유오피스 풍경은 분명 달라졌습니다. 회사에서 하루를 마친 사람들이 노트북을 다시 열어 보고서를 다듬고, 온라인 강의 대본을 쓰고, 쇼핑몰 상품 페이지를 수정하고, 영상과 카드뉴스를 편집합니다. 하루에 하나의 일만 하던 시대에서, 본업과 여러 개의 일을 조합해 살아가는 N잡러 시대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물가는 크게 뛰었고, 주거비·교육비·의료·돌봄비, 여기에 높은 금리가 겹치면서 명목임금 상승보다 지출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르게 올라간 시기가 이어졌습니다. 장바구니 물가는 줄지 않았고, 대출 이자는 더디게 내려오며 “예전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데 남는 돈은 줄었다”는 체감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 결과, 한 직장·한 급여만으로는 불안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퇴근 후 두 번째, 세 번째 일을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러 조사와 분석에서도 다중 직업을 가진 사람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일정 규모 이상의 N잡러 집단이 이미 노동시장 안에 자리 잡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두 가지 일을 넘어서 세 가지 일까지 병행하는, 이른바 스리잡 계층의 존재입니다. N잡러 중 약 20% 안팎이 세 가지 이상의 일을 조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추정도 등장하며, 이들은 본업에 더해 야간·주말 노동, 플랫폼 노동, 온라인 프로젝트를 동시에 소화합니다. 여기에는 단순 생계형도 있지만, 위험 분산과 커리어 확장을 노리는 전략형 N잡러도 공존합니다.

부업이 아니라 전략, N잡러는 포트폴리오 커리어다

과거의 부업은 월급이 모자라 어쩔 수 없이 택하는 생계용 알바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N잡 흐름은 다릅니다. 핵심은 포트폴리오 커리어입니다. 본업은 기본 생활과 사회보험을 책임지는 안전판이고, 퇴근 후의 일은 두 번째·세 번째 경력과 향후 선택지를 넓히는 투자입니다.

낮에는 재무·회계 업무를 하는 직장인이 퇴근 후 생활 재무·노후 재정 콘텐츠를 만들며 “신뢰할 만한 재무 해설자”로 포지셔닝하고, 복지·교육·공공 영역 종사자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시니어 정책·돌봄 정보를 해설하며 강의·자문 기회를 만드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50·60대는 평생 쌓은 조직 운영, 영업, 상담, 글쓰기 경험을 온라인 코칭, 컨설팅, 교육 프로그램, 리포트 작성으로 전환해 새로운 수입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쌓이는 콘텐츠, 고객, 평판, 네트워크는 단기 시급이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커지는 무형 자산입니다. 좋은 N잡은 “오늘 시간을 더 파는 일”이 아니라 “내 이름과 경력을 확장하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만약 내일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그 N잡은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실질임금 정체와 물가상승, 스리잡의 그림자

코로나 시기와 비교해 많은 가구의 체감 현실은 오히려 더 팍팍해졌습니다. 명목임금은 조금씩 올랐지만, 일부 기간에는 물가상승률이 이를 앞지르며 실질임금이 정체하거나 감소한 흐름이 관측되었습니다. 여기에 전세·월세, 교육비, 각종 보험료와 의료·돌봄 비용, 교통비와 식비까지 겹치며 “코로나 때보다 여유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이런 압력 속에서 N잡러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문제는 스리잡입니다. 낮에는 직장, 저녁에는 플랫폼·배달·콜센터, 주말에는 행사·알바를 뛰는 형태의 스리잡이 건강과 수면을 잠식하고, 산재·4대 보험·퇴직 보장 밖에서 이루어질 경우 장기적으로는 소득 방어가 아니라 생계 리스크를 키우는 모순이 됩니다. 몸이 먼저 무너지고, 관계가 소진되고, 본업 성과까지 떨어져 전체 안전망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핵심 질문은 “N잡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구조의 N잡을 선택할 것인가”입니다. 같은 세 가지 일이라도, 서로 다른 시간대·역할·위험도를 조합해 안전하게 설계하면 포트폴리오가 되지만, 단기 현금만 보고 겹겹이 얹으면 스스로를 소진하는 구조가 됩니다.

퇴근 후 N잡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점검해야 할 다섯 가지

첫째, 건강과 시간입니다. 퇴근 후의 일은 이미 에너지가 떨어진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하루 1~2시간, 주 3~4회 수준을 최소 6개월 이상 유지할 수 있는지 먼저 따져야 합니다. 수면을 줄이고, 주말까지 모두 일로 채워야 돌아가는 구조라면 이미 위험 신호입니다. 스리잡을 고민한다면 특히 회복 시간을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둘째, 계약과 이해충돌입니다. 근로계약서 상 겸업 금지 조항, 영업기밀 보호 의무, 이해충돌 가능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본업과 직접 경쟁하거나 회사 자원과 고객 정보를 활용하는 부업은 법적 리스크뿐 아니라 커리어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들키지 않을까”가 아니라 “설명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셋째, 나의 경험 재구성입니다. 전혀 새로운 업종을 0에서 시작하기보다, 이미 오래 축적한 경험에서 아이템을 뽑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사람들이 반복해서 부탁하는 일, 남들보다 덜 힘들게 해내는 일, 설명할 거리가 많은 분야를 적어보면 글쓰기, 기획, 교육, 컨설팅, 코칭, 리서치, 현장 해설 등 구체적인 N잡 모델이 보입니다.

넷째, 시간 대비 수익과 축적성입니다. 초기에 금액만 보지 말고 구조를 봐야 합니다. 3~6개월 뒤 단가 인상 여지가 있는지, 반복할수록 효율이 좋아지는지, 그 과정이 콘텐츠·노하우·데이터·고객이라는 자산으로 남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내가 멈추는 순간 0이 되는 일만 늘리면, 스리잡을 해도 늘 지치고 늘 불안합니다. 일부는 온라인 강의, 매뉴얼, 정기 구독 서비스, 디지털 제품 등 축적형 구조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다섯째, 관계와 삶의 리듬입니다. N잡은 소득 문제이자 생활 리듬 설계 문제입니다. 가족과의 시간, 돌봄 책임, 내 몸의 회복 시간까지 포함해 설계해야 합니다. “평일 저녁 한 끼는 함께 먹는다”, “주말 하루는 일하지 않는다” 같은 최소한의 룰을 먼저 정한 뒤, 그 안에 일을 배치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합니다. 합의 없이 밀어붙이는 N잡은 결국 관계와 건강 비용으로 돌아옵니다.

중년과 시니어에게 N잡이 갖는 의미

N잡은 20·30대만의 키워드가 아닙니다. 오히려 40대 이후, 특히 50·60대에게 전략적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은퇴 이후 20~30년을 버텨야 하는 시대에, 한 번의 직장 경력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때 N잡은 “단기 돈벌이”가 아니라 “내가 살아온 시간을 자산화하는 통로”에 가까워야 합니다.

오랜 현장·조직 경험을 정책·제도 해설 콘텐츠로 바꾸고, 실무 노하우를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상담·돌봄·커뮤니케이션 경험을 라이프 코칭과 시니어 맞춤 상담으로 연결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이는 새로운 수입원일 뿐 아니라, 직함이 사라진 뒤에도 “나는 여전히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는 감각을 지켜줍니다. N잡이 자존감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존중을 회복하는 장치가 되는 지점입니다.

퇴근 후에 또 일하는 시대, 좋은 N잡을 고르는 세 가지 질문

첫째, 이 일은 내 건강과 시간을 모두 태우지 않고도 지속 가능한가.

둘째, 내 이름과 함께 검색되어도 부끄럽지 않은가.

셋째, 1년 뒤, 나를 더 자유롭게 만들 구조인가, 아니면 더 묶어두는가.

N잡러와 스리잡이 늘어나는 지금, 퇴근 후 켜는 화면은 두 얼굴을 가집니다. 하나는 오늘을 겨우 버티기 위한 초과 노동이고, 다른 하나는 3년 뒤와 10년 뒤를 지키는 설계도입니다. 실질임금 정체와 물가상승이라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하되, 공포가 아닌 전략으로 움직이는 사람만이 후자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지금 시작하려는 그 N잡이 어느 쪽에 서 있는지, 올리기 전에 단 한 번만 구조를 점검해 본다면, 이 선택은 앞으로의 10년을 지키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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