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디지털 리터러시 ③ 자율성의 기술, 디지털 시대 스스로 선택하는 노후
1편에서 우리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시니어에게 새로운 문해력이라는 점을 이야기했고, 2편에서는 스마트폰이 두려운 도구가 아니라 삶을 도와주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세 번째 글에서는 그 연장선에서, 디지털 세상에서 시니어가 어떻게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주체로 설 수 있는지, 다시 말해 ‘자율성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디지털 자율성이란 무엇인가
자율성은 단순히 남의 도움 없이 혼자 하는 능력을 말하진 않습니다. 진짜 자율성은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알고, 그 선택의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 힘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이 자율성은 정보와 깊이 연결됩니다. 내가 어떤 정보를 보고, 무엇을 믿고, 어디에 신청하고, 어떤 서비스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노후의 삶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공공기관의 복지혜택 안내, 금융상품 정보, 건강검진 일정, 생활지원 서비스 공고 대부분이 이제 온라인을 통해 먼저 올라옵니다. 디지털 자율성이란 바로 이 흐름 속에서 스스로 정보를 찾고 이해하며, 나에게 필요한 것을 선택해 행동하는 능력입니다. 누군가가 알려주기를 기다리는 삶에서, 내가 먼저 찾아 나서는 삶으로 옮겨 가는 힘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읽는 힘이 삶의 선택을 바꾼다
과거에는 텔레비전과 신문이 정보를 전달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습니다. 지금은 검색창에 단어 몇 개만 입력해도 수천 개의 글과 영상이 쏟아집니다. 문제는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입니다. 그래서 디지털 리터러시의 핵심은 정보를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골라낼 줄 아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건강정보를 검색할 때, 광고와 실제 의학 정보를 구분하지 못하면 불안만 커질 수 있습니다. 금융 상품을 비교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름이 비슷해 보이는 상품들 중 어떤 것이 내 상황에 맞는지, 수수료나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차분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출처가 분명한지, 공공기관이나 전문 기관에서 제공한 자료인지, 지나치게 달콤한 약속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정보를 읽는 힘은 곧 삶을 설계하는 힘입니다. 같은 나이, 같은 수입이라도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노후의 안정감이 크게 달라집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아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이야기 속에서 나만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힘’을 길러 줍니다.
기술은 존엄을 지키는 언어다
나이가 들수록 남의 도움을 받을 일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남에게 맡기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는 내 삶의 핸들이 손에서 빠져나간 느낌을 받게 됩니다. 디지털 기술을 익힌다는 것은 바로 그 핸들을 다시 내 손으로 되찾는 일입니다.
행정복지 포털에서 스스로 지원제도를 검색해보고, 자격 조건을 확인해 신청 버튼을 눌러 보는 과정은 단순한 행정 처리가 아닙니다. “나는 내 권리를 스스로 확인하고 챙길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선언과도 같습니다. 병원 앱에서 진료 예약과 조회를 직접 해보는 일, 금융 앱에서 이체와 자동이체를 관리하는 일, 교통 앱으로 이동 경로를 스스로 설계하는 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노년의 존엄을 지키는 디지털 언어입니다.
자율성을 갖춘 시니어는 남에게 덜 기대려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할 때 언제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기술은 그 판단을 돕는 도구이며, 그 도구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삶의 무게 앞에서도 조금 더 곧게 설 수 있습니다.
자율성을 키우는 디지털 연습법
자율성은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선택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자라납니다. 다음과 같은 디지털 연습법을 일상에 하나씩 실천해 보시면 좋습니다.
첫째,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건강, 금융, 부동산, 복지처럼 중요한 정보일수록 포털 메인 기사만 보지 말고, 공공기관이나 병원, 연구소, 지자체 등의 공식 홈페이지를 함께 확인해 보세요. 출처를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정보의 질이 달라집니다.
둘째, 자주 사용하는 앱의 알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세요. 캘린더 앱에 진료일과 모임 일정을 입력하고 알림을 설정하면, 기억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하루 흐름을 스스로 조율하기 쉬워집니다. 알림은 내 삶의 리듬을 지켜주는 디지털 비서와 같습니다.
셋째, 오늘 배운 것을 짧게 기록하는 디지털 노트를 만들어 보세요. 메모 앱이나 메신저의 나에게 보내기 기능을 활용해 “오늘 새로 배운 기능”, “오늘 알게 된 정보”를 한 줄이라도 적어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나만의 디지털 학습 일지가 됩니다. 이 기록을 다시 읽어보는 순간, “나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됩니다.
함께 배울 때 더 단단해지는 노후
자율성은 혼자만의 힘으로 지키기 어렵습니다. 함께 배울 수 있는 사람, 서로 물어보고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 오래 유지됩니다. 동네 복지관의 스마트폰 교실, 주민센터의 디지털 교육, 도서관에서 열리는 온라인 강좌 등을 적극 활용해 보세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배우다 보면, 기술은 두려움이 아니라 웃음을 나누는 계기가 됩니다.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거 좀 해줘”라는 말 대신 “이 기능을 나한테도 가르쳐 줄래?”라고 요청해 보세요. 부탁의 말이 배움의 말로 바뀌는 순간, 관계의 분위기도 달라집니다. 자녀와 손주에게 배우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추억이 되고, 서로의 세대 차이를 좁히는 대화의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오늘 스스로에게 던져볼 한 가지 질문
시니어 디지털 리터러시 시리즈의 마지막 글에서 우리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화려한 기술 목록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나는 내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고 느끼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그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일 뿐입니다.
오늘 스마트폰을 켜기 전에 자신에게 조용히 물어보세요. 나는 어떤 정보를 더 알고 싶고, 어떤 선택을 스스로 해보고 싶은가. 그 작은 질문 하나가 자율성의 기술을 시작하게 하는 불씨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선택의 폭이 줄어든다고 느낄 수 있지만, 디지털 리터러시를 통해 우리는 여전히 배울 수 있고, 여전히 선택할 수 있으며, 여전히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스스로 정보를 찾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경험이 쌓일수록 노후는 누군가에게 맡겨두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다시 설계해 가는 시간이 됩니다. 그것이 바로 디지털 시대에 시니어가 손에 쥐게 되는 새로운 자율성의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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