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은 계속할 수 있을까-시니어의 자유와 안전사이

운전은 계속할 수 있을까 – 시니어의 자유와 안전 사이

고령 운전, 정말 멈춰야 할까 계속할 수 있을까

운전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운전은 나의 세계를 스스로 확장할 수 있는 권리이자, 자율성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운전은 점점 ‘위험’과 ‘책임’의 문제로 바뀝니다. 시력, 반응 속도, 판단력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고, 사회는 점점 고령 운전자를 규제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나이 든 사람은 정말로 운전을 멈춰야 할까요?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조정하며 계속할 수 있을까요?

빠르게 늘어나는 고령 운전자, 한국의 현실

한국의 현실부터 살펴보면, 고령 운전자의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70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약 400만 명을 넘어섰고, 전체 면허 보유자의 15%를 차지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100만 명 수준이었는데,4배 가까이 늘어난 것입니다. 사고율 역시 증가 추세입니다. 2024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전체 사고의 약 15%에 달합니다. 이로 인해 정부는 고령운전자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내놓고, 일정 나이 이상 운전자는 3년마다 적성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제도를 강화했습니다. 동시에 각 지자체에서는 운전면허 자진반납자 지원제도를 운영하며 이동 지원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면허 반납 이후에도 이동권을 지키려는 정책들

서울시는 면허를 자발적으로 반납한 70세 이상 시민에게 10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부산시는 지역화폐 10만 원권을, 성남시는 택시 이용 할인권을 지급합니다. 즉, 차량을 반납한 대신 ‘이동의 자유’를 다른 형태로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정책입니다. 이 정책의 핵심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이동권을 잃지 않게 하는 지원”에 있습니다. 다만 일부 고령 운전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면허를 반납하면 내 삶의 반도 반납하는 기분이에요.” 자율성과 안전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입니다.

‘고령 운전자’라는 낙인이 남기는 상처

문제는, 최근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고령 운전자’라는 단어가 너무 쉽게 헤드라인에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젊은 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운전자 부주의’라 표현되지만, 시니어의 경우에는 ‘나이’가 원인처럼 언급됩니다. 이런 언어는 사실보다 먼저 낙인을 남깁니다. 나이가 위험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과장될 때, 시니어들은 스스로를 사회적 부담으로 느끼게 되고, ‘운전 자율성’을 잃는 불편함을 경험하게 됩니다. 나이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중요한 건 나이의 숫자가 아니라 개개인의 능력 차이입니다.

일본의 경험: 면허 반납에서 안전운전 지원으로

비슷한 고민은 세계 곳곳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1998년 세계 최초로 운전면허 자율반납제를 도입했습니다. 자발적으로 면허를 반납하면 대중교통 할인권, 택시 요금 할인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면허를 반납한 뒤 외출이 줄고, 사회적 고립이 커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지금은 ‘면허를 포기하게 하는 것’보다 ‘안전하게 계속 운전하도록 돕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인지능력 검사와 교통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고령자 운전 시간대를 제한하는 등의 제도가 생겨난 이유입니다.

북유럽·영국·미국의 ‘지속 가능한 운전’ 접근

스웨덴과 덴마크 같은 북유럽 국가는 규제보다 지속 가능한 운전을 목표로 합니다. 이들은 고령 운전자를 사회적 자산으로 보고, DriveSafe 프로그램 같은 안전운전 훈련을 운영합니다. 전문 교관이 시니어 운전자를 직접 동행해 실제 주행 능력을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야간이나 악천후 운전을 스스로 제한하도록 유도합니다. 이 방식은 ‘면허를 빼앗는 사회’가 아니라 ‘함께 조정하는 사회’라는 철학 위에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는 자기신고(Self-Declaration) 제도를 통해 운전 지속 여부를 개인의 판단에 맡깁니다. 70세 이상 운전자는 3년마다 건강상태를 보고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의사의 권고에 따라 제한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율적 관리 시스템으로, “운전은 권리이자 책임”이라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고령 운전자를 위한 교육과 시뮬레이터 시스템이 활발합니다. 플로리다주는 Senior Driver Safety Class를 운영해 운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지 능력과 반응 속도를 측정하고, 참여자에게 자동차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일부 주에서는 가족이나 의사가 함께 참여하는 ‘드라이빙 상담 프로그램’을 도입해, 면허 유지 여부를 공동으로 결정하도록 합니다.

기술이 여는 시니어 운전의 새로운 가능성

기술의 발전은 이 논의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습니다. 최근 자동차에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보편화되어, 차선이탈 방지, 전방충돌 경고, 자동 제동 기능 등이 기본 탑재되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은 고령 운전자의 피로도와 사고 위험을 줄여주는 안전 장치가 됩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시니어 전용 AI 호출택시나 모빌리티 셔틀이 운영되고 있어, 운전이 어려워진 사람도 이동의 자유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나이 듦은 멈춤이 아니라 조정의 과정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언제까지 운전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안전하게 계속할 수 있느냐’입니다. 운전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나의 세계를 스스로 유지하려는 의지입니다. 그 의지를 존중하면서도 안전을 함께 보장하는 사회적 장치가 늘어난다면, 나이 듦은 멈춤이 아니라 조정의 과정이 될 것입니다. 시니어의 운전을 두려움으로만 보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자율성으로 확장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의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시니어운전 #고령운전자 #운전면허반납 #이동권 #운전자율성 #시니어안전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