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블로거 되세요
기계치였던 내가 화면 앞에 앉기까지
나는 스스로를 기계치라고 불러왔다. 버튼 하나 잘못 누르면 세상이 멈출 것 같았고, 화면이 멈추면 내 심장도 함께 멎는 것 같았다. 컴퓨터는 늘 차갑고, 나는 그 앞에서 작아졌다. 그런데 그 차가운 화면 안에서 내 마음을 풀어놓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블로그 두 달, 마음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되었다. 사진도 서툴고, 글씨 크기를 바꾸는 법조차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글을 쓰는 동안 마음이 정리된다. 글은 나를 드러내기 위한 일이 아니라, 흩어진 생각을 한 줄로 붙잡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글을 쓰지 않으면 무언가 빠진 하루처럼 느껴진다.
나를 숨기던 사람에서, 기록하는 사람으로
나는 원래 나를 드러내는 걸 싫어했다. 농담처럼 자주 말했다. “유명해지는 거? 딱 질색이야.” 어릴 적부터 반장을 도맡았고,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 늘 부담스러웠다. 눈에 띄는 건 늘 불편했고, 그래서 나를 감추는 삶이 익숙했다. 그런 내가 블로그를 하게 될 줄은, 나 스스로도 의아했다.
글은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회복하는 일
하지만 블로그를 쓰면서 알게 됐다. 글은 나를 드러내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을 회복하는 일이라는 것을.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문장이 아니라, 내가 나를 이해하기 위해 적는 기록이라는 것을. 화면 속 글은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이기도 했다.
외할머니 세대의 침묵, 기록되지 못한 삶
외할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내 인생을 책으로 쓰면 한두 권으론 모자랄 거야.” 하지만 그 세대의 여성들은 글을 쓸 수 없었던 시대를 살았다. 먹고사는 일이 더 급했고, 세상이 여성의 목소리를 허락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기록이 아닌 침묵으로 남았다. 나는 그 침묵이 늘 마음에 걸렸다.
나는 블로그로 이어 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 블로그라는 이름으로 이어진 말을 대신 쓰고 있다. 만약 외할머니가 지금 살아계셨다면 나는 분명 이렇게 권했을 것이다. “할머니, 블로그를 해보세요. 책이 없어도, 누군가의 허락이 없어도 이젠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어요. 당신의 이야기를 남겨보세요.” 그 말은 결국 외할머니에게 하지 못한 권유이면서, 지금 나 자신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하다.
블로그는 보여주기가 아니라 삶을 이해하는 도구
블로그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삶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도구다. 글을 쓰는 순간,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이어진다. 그 연결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든다. 이제 나는 확신한다. 글은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일이라는 걸.
전문가에게도, 시니어에게도 블로그가 필요한 이유
요즘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블로깅을 권한다. 책을 여러 권 낸 작가, 3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한 약사, 내가 좋아하는 한의사, 교수,정년퇴직을 앞둔 고위직 직장인들에게도 말한다. 그러면 전문가들은 으레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많이 쓰는데, 나까지 무슨~” 그 말 속에는 겸손도 있지만, 인터넷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낯섦과 부담도 함께 섞여 있다.
정보는 넘치지만, 신뢰는 부족한 시대
하지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서 더 필요해요. 많이 쓰는 글 말고, 제대로 된 글이요.” 세상에는 정보가 넘치지만, 신뢰는 부족한 시대다. 전문가가 직접 글을 써야 그 지식이 사람의 삶으로 닿을 수 있다. 전문가의 상식은 세상에겐 여전히 낯선 지식일 수 있다는 것을, 블로그를 통해 더 분명히 느낀다.
전문가의 블로그는 또 하나의 공공재
최근 나는 약사님께 이렇게 말했다. “홈쇼핑에서 건강식품을 한 보따리씩 사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그분들에게 약사님이 객관적인 정보를 알려주셔야 해요.” 그 말에 약사님은 웃으며 답했다. “남편이 당뇨전단계 경고를 받았는데, 내가 상식이라 여겼던 걸 남편은 전혀 모르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깨달았다. 전문가의 상식은, 세상에겐 여전히 낯선 지식일 수 있다는 걸. 그래서 나는 더 확신하게 됐다. 전문가의 블로그는 단순한 개인 기록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세우는 또 하나의 공공재라고.
시니어의 삶은 이미 한 권의 책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전문가는 물론, 삶을 성실히 살아온 시니어라면 누구나 글을 통해 자신을 정리하고, 지나온 시간에서 건져 올린 지혜를 남겨야 한다고. 그것이 다음 세대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유산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기록되지 않은 삶은 사라지지만, 한 줄의 글은 세대를 건너 마음을 이어준다.
기계치 초보 블로거, 그래도 매일 배운다
나는 아직 초보다.블로그를 시작한 지 겨우 두 달밖에 되지않았으니. 기계치라는 말도 여전히 내게 딱 맞는 표현이다. 하지만 글을 통해 매일 조금씩 배운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만든다. 서툰 클릭, 느린 타자 속에서도 내 안의 이야기는 천천히 모양을 갖춰간다.
여러분, 블로거 되세요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여러분~~~ 블로거 되세요.” 글은 나를 드러내는 일이 아니라, 내 삶을 새롭게 정리하는 일이다. 내가 쓴 문장은 다른 시니어의 마음으로 날아가겠지만,그 글이 먼저 나를 구한다는 걸, 이제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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