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를 통해 미리보는 우리의 노후 — 기본소득·연금 논의가 던지는 신호

스위스를 통해 미리보는 우리의 노후 — 기본소득·연금 논의가 던지는 신호

스위스에서는 최근 기본소득, 연금 인상, 부자증세 같은 민감한 의제를 두고 국민투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우리와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이 논의의 바탕에는 고령화, 재정 부담, 소득 격차, 돌봄 비용 증가라는 전 세계 공통의 고민이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스위스의 선택은 한국 시니어에게도 “앞으로 노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중요한 신호가 됩니다.

스위스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고소득 국가입니다. 국제 통계를 보면 스위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24년 기준 약 10만 3천 달러 수준이고, 한국은 2023년 기준 약 3만 3천 달러 정도입니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대략 3배 가까운 차이가 납니다. 물론 물가, 세금, 복지 구조, 환율 등 여러 요소를 함께 봐야 해서 숫자만으로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복지와 연금, 세금 논의를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는가”를 생각할 때 경제적 여력의 차이가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점은, 스위스처럼 부유한 나라조차 기본소득과 연금, 증세를 놓고 진지하게 논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돈이 많아서 더 퍼주려 한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에 노후 안전망을 어디까지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전 세계적인 고민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기본소득 논의가 말해주는 것 — ‘불안정한 소득 구조’에 대한 경고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스위스에서도 찬반이 첨예하게 갈렸지만, 핵심 질문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비정규·단기 일자리가 늘어나는 시대에, 한 사람이 스스로만의 힘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한국 시니어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과거에는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고 퇴직금과 연금으로 노후를 버티는 모델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50·60대는 자녀 교육, 주택 대출, 부모 부양까지 떠안은 채 불안정한 소득 구조를 경험했습니다. 기본소득 논의는 “이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 늘어났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시니어 입장에서 보면, 기본소득이 실제로 도입되느냐와는 별개로 “내 노후를 지탱해 줄 소득의 기둥이 한 개뿐이라면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연금과 저축 외에도, 작은 부수입이나 예비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생각해 두는 것이 불확실한 시대의 개인 안전망이 됩니다.

연금 인상 논쟁의 핵심 — 금액보다 ‘지속 가능성’과 ‘물가 대응력’

스위스는 이미 세계적으로 연금 제도가 안정된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금 인상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칠 정도로 논의가 뜨겁다는 것은, 노후 기간이 길어지고 의료·돌봄 비용이 높아지면서 기존 제도만으로는 불안하다는 체감이 커졌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도 연금 개편 이야기가 나오면 “얼마를 더 줄 것인가, 덜 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지만, 스위스의 논쟁은 다른 방향의 힌트를 줍니다. 연금의 절대 금액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1) 제도가 20~30년 뒤에도 유지될 수 있는지, 2) 물가가 오를 때 실제 체감 가치가 유지되는지입니다.

시니어가 연금을 볼 때도 “지금 당장 받는 액수”만 볼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의료비·생활비·주거비가 어떻게 변할지와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스위스의 연금 논쟁은, 우리에게 “연금은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춰 계속 점검해야 하는 살아 있는 제도”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부자증세 논의가 시니어에게 주는 메시지

부자증세는 단순히 “많이 버는 사람에게 세금을 더 매기자”는 구호가 아니라, 노후 복지와 의료·돌봄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입니다.

시니어 입장에서 보면, 이 논쟁은 매우 현실적인 고민과 연결됩니다. 노인 의료비는 계속 늘고, 장기요양·요양병원·재가 돌봄 등 돌봄 비용도 커지고 있습니다. 저출생과 인구 감소로 세금을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지원해야 할 노후 인구는 늘어납니다. 결국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을 나눌 것인가”의 문제는 피할 수 없습니다.

스위스에서의 부자증세 논의는, “복지를 늘릴 것인가, 세금을 얼마나 더 낼 것인가”만이 아니라 “어떤 구조라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부담과 혜택의 균형이 되는가”를 고민하는 과정입니다. 한국 시니어에게도 이것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노후 안전망을 유지할지 생각하게 만드는 거울입니다.

스위스를 통해 미리 보는 우리의 노후 기준 네 가지

첫째, 노후 안전망은 한 번 만들어 놓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계속 손질해야 하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스위스처럼 여건이 좋은 나라조차 제도를 다시 묻고 있는 만큼, 우리는 더더욱 “지금의 제도가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는지”를 질문해야 합니다.

둘째, 연금은 ‘얼마 받느냐’ 못지않게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받느냐’가 중요합니다. 물가와 의료비, 돌봄 비용까지 고려했을 때, 내 연금과 저축, 예비 자금이 어느 정도의 기간을 감당할 수 있는지 대략이라도 계산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셋째, 국가 정책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의 구조도 함께 조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생활비를 크게 좌우하는 항목(주거비, 의료비, 식비, 교통비)을 정리해 보고, 나에게 꼭 필요한 지출과 줄여도 되는 지출을 구분하는 작업이 노후 안전망을 더 두껍게 만드는 첫 단계입니다.

넷째, 해외 사례는 그대로 따라 하기 위한 모델이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방향과 기준을 묻는 도구”라는 사실입니다. 스위스의 소득 수준, 세금 구조, 복지 시스템은 한국과 다르기 때문에, 숫자를 그대로 비교하기보다 그들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에 주목하는 것이 더 의미 있습니다.

결국 스위스 국민투표가 던지는 메시지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앞으로의 노후는 더 길어지고, 더 불확실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개인과 사회가 함께 준비해야 할 안전망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조금 일찍, 조금 더 냉정하게 던질수록 노후는 덜 흔들립니다.

이 글이 스위스를 통해 우리의 노후를 미리 들여다보는 하나의 창문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의 제도와 내 삶의 구조를 함께 살펴보면서, “앞으로 10년, 20년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를 천천히 정리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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