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WAVE 2편 – AI·양자 시대, 인간이 다시 배우는 신뢰의 기술

넥스트 웨이브 2편 – AI·양자 시대, 인간이 다시 배우는 신뢰의 기술

요즘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기술이 있다.
내가 좋아할 음악, 다음에 살 물건, 내 기분의 변화까지 예측한다.
처음엔 편리했다. 그런데 문득 두려워졌다.
“나는 누구인가, 기술이 읽어주는 내가 나일까?”
기술이 내 감정까지 예측하는 것을 발견한 순간,
나는 묘한 불안을 느꼈다.
우리는 나 자신을 덜 신뢰하고 있고, 인간을 덜 신뢰하기 시작했다.
MIT 미디어랩의 연구결과는 이미 이를 우려했다.
“기술의 정교함이 인간의 판단을 대신할수록,
신뢰는 데이터에 위탁되고 인간의 감각은 점점 무뎌진다.”

1. 기술의 진보와 인간의 불안

AI는 이제 정보를 ‘이해’하는 단계를 넘어,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고 ‘결정’에 개입한다.
그것은 양자컴퓨터의 등장으로 더 빨라졌다.
기존 컴퓨터가 0과 1의 이진 논리로만 움직였다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경계를 넘나드는 ‘동시 존재(superposition)’의 세계에서 계산한다.
이제 확률은 가능성이 되고, 가능성은 곧 현실이 된다.
놀라운 기술의 시대지만, 인간은 그 속도에 압도당한다.
“인간이 신의 자리를 넘보는 순간, 자신의 불완전함을 잊는다.” 하라리의 이 경고는 지금 더 절실하다.
기술이 완벽해질수록 인간은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방향이다.

2. 신뢰의 붕괴, 관계의 위기

SNS를 통한 소통은 늘었지만, 우리는 더 많은 연결 속에서 오히려 더 외로워졌다.
대화는 줄었고, 데이터는 넘치지만 진심은 부족하다.
과학은 ‘팩트’를 증명하지만, 인간은 ‘의미’를 찾아야 살아간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정보가 아니라 관계다.
인간 사이의 신뢰는 ‘모름’을 함께 견디는 관계에서 태어난다. 내가 다 알지 못해도, 그럼에도 너를 믿는 일.
이게 인간이 기술로부터 지켜야 할 마지막 가치다.

3. 인간관계, 신뢰의 재학습

프롬은 말했다. “사랑은 기술이다. 배워야만 한다.” 신뢰도 마찬가지다. 그건 자연발생이 아니라 의식적인 훈련의 결과다.
우리가 기술을 배우듯 신뢰도 다시 배워야 한다. 그 배움의 시작은 느림이다.
즉각적인 반응과 효율의 언어 속에서, 우리는 상대의 침묵을 견디는 법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진짜 신뢰는 모르는 시간을 함께 견디는 태도에서 자란다. AI가 계산하지 못하는 건 바로 이 느림의 시간이다.

4. 기술과 인간, 다시 신뢰를 배우다

AI는 이미 인간의 사고를 모방하고 있다. 그러나 모방은 진짜 이해가 아니다.
기계가 공감하는 척할 수는 있지만, 진짜 신뢰는 감정의 교환에서 생긴다. 신뢰는 정보가 아니라 관계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하라리는 말했다. “미래의 인간은 신의 능력을 가지되, 신의 지혜를 갖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이 아닌, 인간을 믿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 “기술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할수록, 인간다움의 가치가 프리미엄이 된다”고 했다.
결국 신뢰는 인간이 가진 가장 오래된 기술이며, AI가 결코 가질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다.

5. 마무리

기술의 발전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도 멈춰서는 안 된다.
AI가 우리를 대신해 판단할 수 있어도, 믿음은 여전히 인간만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다.
우리는 더 빠른 세상 속에서도 서로를 믿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기술 시대를 인간의 시대로 되돌리는 가장 인간적인 혁신이다.

― 인간이 다시 배우는 신뢰의 기술은 결국, 스스로를 믿는 일이다.

참고자료

① 유발 하라리 (2017) 『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김명주 옮김, 김영사.
② 김난도 외 (2025) 『트렌드 코리아 2026』, 미래의창.
③ Arute, F. et al. (2019), “Quantum supremacy using a programmable superconducting processor,” Nature 574, 505–510.
④ 에리히 프롬 (2019 개정판) 『사랑의 기술』, 황문수 옮김, 문예출판사.
⑤ 칼 융 (2013) 『인간과 상징』, 이부영 외 옮김, 집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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