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세상이야기① 젊은층이 외제차를 타는 것에 대하여

달라진 세상이야기① 젊은층이 외제차를 타는 것에 대하여

요즘 도로 풍경은 달라졌습니다. 외제차의 엠블럼이 낯설지 않고, 운전석의 얼굴도 더 젊어졌습니다. 내 또래 친구들 중엔 “요즘 애들 허세가 심해”라고 단정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말 뒤에는 종종 이런 마음이 숨어 있지요. ‘이해하기 어려운 변화 앞에서의 낯섦’. 이 글은 그 낯섦을 ‘비판’이 아니라 ‘이해’로 바꾸려는 작은 시도입니다.

검소의 언어에서 표현의 언어로

우리 세대에게 자동차는 생계의 수단이었습니다. 가족과 일상을 지키는 실용, 절약과 신중이 미덕이었지요. 그러나 지금의 젊은층에게 자동차는 이동수단을 넘어 ‘자기표현’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여러 업계 리포트와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고급·초고가 수입차의 개인 구매 비중에서 30~40대의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옵니다. 모든 젊은층이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의 흐름을 바꿀 만큼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과시가 아니라 정체성의 언어

소비 연구자들은 젊은층의 소비를 “과시”에서 “정체성 표현”으로 이동하는 흐름으로 설명합니다. 외제차를 타는 행동은 ‘나는 이런 취향과 가치를 지닌 사람’이라는 자기서사를 외부 세계와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집과 직장이 불안정한 시대에, 당장 손에 잡히는 ‘나의 선택’으로 자신을 확인하려는 심리도 작동합니다. 그러니 이것을 단순히 ‘허세’로만 읽으면 본질을 놓치게 됩니다. 그들에게 차는 가격표가 아니라 ‘나답게 살고자 하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불안정성의 시대, 보상의 심리

주거·교육·노동 환경의 불안정은 젊은 세대에게 오래된 과제입니다. 높은 전월세, 치열한 경쟁, 불확실한 커리어 경로 속에서 ‘지금의 나’를 붙잡아두려는 심리가 강해집니다. 때때로 값비싼 물건은 불안의 해소라기보다 ‘버티기 위한 상징’으로 선택됩니다. 우리가 내 집 마련으로 안정감을 얻었듯, 그들은 자신의 일상에서 손에 잡히는 선택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려 합니다. 그 행동이 항상 현명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마음만큼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는 말한다—그러나 해석이 더 중요하다

시장 데이터를 보면, 최근 몇 해 동안 수입차 신규 등록에서 30~40대 비중이 상승하는 흐름이 확인됩니다. 특히 중형급 이상, 전동화 라인업, 그리고 특정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젊은 비중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이어집니다. 다만 이 수치들은 경기 상황, 금융 조건(할부·리스), 신차 출시 주기, 중고차 가치 등 다층 변수를 반영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데이터는 현상을 보여주지만, 현상의 이유를 설명하진 않습니다. 현상을 설명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영역입니다.

시니어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기

젊은층의 외제차를 볼 때 불편함을 느끼는 시니어의 마음을 탓할 이유도 없습니다. 우리는 검소와 절약의 윤리를 배웠고, 그 미덕으로 삶을 지켜냈습니다. 오래 살아낸 삶의 경험은 헛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 경험의 언어로만 지금을 해석할 때, ‘다름’을 ‘틀림’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우리의 반응이 화나 실망으로 빠지지 않으려면, 먼저 내 마음을 인정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나는 낯선 변화 앞에서 불편했구나.”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 타인을 이해할 여지가 생깁니다.

철학적 성찰—가치는 바뀌고, 본성은 남는다

세대가 바뀌면 가치의 우선순위와 표현 방식은 달라집니다. 검소의 언어에서 표현의 언어로, 소유의 상징에서 정체성의 언어로. 그러나 바뀌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안전해지고 싶은 마음, 나답게 살고 싶은 마음—인간의 본성은 세대를 넘어 이어집니다. 그러니 우리는 표지(브랜드)만 보고 성급히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안의 마음을 읽어내는 일이야말로 연륜이 가진 지혜입니다.

재정 현실과 가치의 균형

물론 재정적 균형은 중요합니다. 감정의 보상으로 큰 지출을 이어가면 미래의 안전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시니어의 조언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 바로 여깁니다. ‘표현’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건전한 재무 원칙’을 제안하는 태도—예컨대 총소득 대비 자동차에 들어가는 비용 비중, 유지·보험료와 대체투자 기회비용, 경력 변동 위험 등을 ‘숫자’로 함께 점검해주는 일입니다. 가치와 현실이 만나는 교차점을 찾아줄 때, 대화는 충고가 아니라 도움으로 들립니다.

세대 간 대화의 기술—판단보다 질문

“왜 그 차를 선택했니?”라고 묻되, ‘옳고 그름’을 가르치려 들지 않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질문은 판단을 유예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열어줍니다. 취향과 가치의 배경을 듣다 보면, 그 선택이 한 순간의 허세가 아니라 자기서사를 지키기 위한 시도였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해가 쌓이면, 때로는 스스로 더 합리적인 선택으로 옮겨가기도 합니다. 연결은 설득보다 먼저 오는 법입니다.

나의 옛 감정과 화해하기

돌이켜보면 우리도 젊었을 때 ‘우리만의 상징’을 품었습니다. 누군가는 첫 월급으로 양복을 맞추고, 누군가는 카메라를 샀고, 누군가는 소형차 한 대를 들였습니다. 그 물건들이 순전히 이성적이어서가 아니라, ‘살아있다’는 감정을 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젊은층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이 가진 상징이 우리와 다를 뿐, 마음의 구조는 닮아 있습니다. 이 사실을 떠올리면, 비난보다 이해가 먼저 떠오릅니다.

달라진 세상을 읽는 법

달라진 세상을 잘 읽는 법은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사실을 먼저 보기—시장 데이터와 생활 풍경을 함께 살피며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기. 둘째, 마음을 함께 보기—선택 뒤에 놓인 불안과 바람, 자존감의 목소리를 이해하기. 셋째, 현실과 원칙을 잇기—표현의 욕구를 존중하면서도 재정적 균형을 돕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기. 이 세 가지가 세대 간 다리를 놓습니다.

결론—다름을 틀림으로 만들지 않기

외제차를 타는 젊은층을 보며 느끼는 불편함은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그러나 그 감정을 ‘판단’으로 바꾸는 대신, ‘이해’로 돌리는 선택을 해봅시다. 결국 인간은 각자의 시대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을 지키려는 존재입니다. 브랜디드 엠블럼 너머의 마음을 읽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를 닮은 존재로 만납니다. 달라진 것은 방식이지, 사람의 본성은 여전히 같습니다. 그 사실을 기억하는 것—그것이 연륜이 주는 품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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