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니어는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 한국·일본·싱가포르·프랑스·영국·독일 정년제도 비교

세계의 시니어는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 한국·일본·싱가포르·프랑스·영국·독일 정년제도 비교

정년 연장을 둘러싼 한국의 논의가 커질수록 많은 시니어가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외국은 60대 이후를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입니다. 정년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정년의 의미와 구조는 국가마다 전혀 다르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OECD 국가 가운데 정년을 법으로 ‘강제 규정’해 둔 곳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뿐이라는 사실입니다. 반면 싱가포르는 정년과 재고용을 패키지로 설계한 독특한 모델을 갖고 있고, 프랑스는 연금개혁을 통해 ‘일하는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정년 구조를 바꾸고 있습니다. 영국·독일·미국과 같은 나라들은 정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이 글은 한국 시니어에게 꼭 필요한 관점, 즉 “세계는 어떻게 60대를 다시 설계하고 있는가”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일본·싱가포르·프랑스·영국·독일의 정년제도 차이를 쉽고 명확하게 비교해 보는 글입니다.

한국 — 강제 정년 60세, 이제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

한국의 정년은 법으로 만 60세로 명확하게 규정된 강한 형태입니다. 정년에 도달하면 근로계약이 원칙적으로 종료되고, 이후 재고용 여부는 회사 재량에 크게 좌우됩니다. 이 구조는 2016년 법정 정년 60세가 전면 시행된 이후, 여러 문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임금피크제 논란, 고령자 소득 공백, 기업의 인건비 부담, 청년고용 위축 우려 등이 반복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논의는 단순히 정년을 65세로 올릴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정년과 재고용을 어떻게 결합해 구조를 다시 짤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한국은 아직 “정년 60세 강제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인구 구조와 연금 재정, 노동시장 변화를 고려하면 향후에는 일본·싱가포르식 모델을 참고해 정년+재고용 패키지 형태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일본 — 정년 60세지만 ‘계속고용 65세·70세’로 실질 노동기간을 늘리는 나라

일본은 한국과 함께 정년을 법으로 강제하는 대표 국가입니다. 일본의 기본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년은 60세로 규정하되, 기업은 65세까지의 계속고용을 의무적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이를 70세까지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일본이 정년을 없애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신 정년 이후에는 임금·직무·근무시간을 조정한 재고용 형태로 고용을 이어가도록 제도를 설계했습니다. 즉, “정년은 유지하지만 실질적인 노동기간은 더 길게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한국과 매우 비슷해 보이지만, 일본은 고령자 고용을 경제 전략의 핵심으로 보고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이미 많은 기업이 60대 인력을 위한 직무 재편, 임금체계 조정, 재고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 정년 63→65세 상향, 68세까지 재고용을 의무화한 ‘유연한 정년 패키지’

싱가포르는 정년이 있지만 그 의미가 한국·일본과 많이 다릅니다. 현재 법정 정년은 63세이며, 2026년까지 65세로 상향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싱가포르 정년제도의 핵심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 “정년 이후 재고용을 기업에 의무화했다”는 점입니다.

싱가포르 기업은 정년이 된 근로자에게 최소 68세까지 계속 일할 수 있는 재고용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임금 조정, 근무시간 단축, 직무 변경이 가능하고, 정부는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정 지원과 세제 혜택을 함께 제공합니다.

결과적으로 싱가포르는 정년이 존재하지만, 정년이 “퇴직 시점”이 아니라 “고용 관계를 다시 설계하는 전환점”으로 기능합니다. 고령자를 오래 고용하면서도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구조라는 점에서, 한국이 앞으로 참고할 만한 모델로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 정년 폐지 대신 ‘연금개혁+법정 은퇴 연령 상향’으로 더 오래 일하게 만드는 나라

프랑스는 한국·일본처럼 정년을 강하게 의무화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간 연금개혁과 법정 은퇴 연령 상향으로 큰 사회적 논쟁을 겪은 나라입니다. 핵심은 “연금을 지키려면 더 오래 일해야 한다”는 메시지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법정 은퇴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개혁을 추진했고, 이에 대한 대규모 시위와 사회적 갈등이 이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틀에서는 “노동기간 연장과 연금재정 안정화”라는 방향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방식은 정년을 없애기보다는, “일하는 기간을 길게 가져가도록 법과 연금을 함께 조정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고령화와 연금재정 악화라는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영국·독일·미국 — 정년이 없고, 연령차별 금지가 원칙인 나라들

영국·독일·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정년”이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약하거나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영국은 2011년에 법정 정년 제도를 공식 폐지했습니다.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직을 강요하면, 이는 곧바로 연령차별 이슈로 이어집니다.

독일과 미국 역시 마찬가지로, 나이를 기준으로 고용을 종료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고용의 기준은 업무 능력, 건강 상태, 직무 적합성, 개인의 선택입니다. 은퇴 시점은 대부분 근로자 본인의 선택과 회사와의 협의를 통해 정해집니다.

이런 나라들에서는 60대 이후의 일은 “정년”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어디서 일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노동 이동성이 높고, 계약과 성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고령 근로자에게도 다양한 선택지가 열려 있습니다.

정년이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 왜 이렇게 다를까

세계의 정년제도를 크게 나누면 세 가지 모델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한국·일본처럼 정년을 법으로 강제하는 나라, 둘째, 싱가포르처럼 정년+재고용 패키지 모델을 운영하는 나라, 셋째, 영국·독일·미국처럼 정년을 없애고 연령차별 금지를 원칙으로 삼는 나라입니다. 프랑스는 이 사이에서 “정년 유지 + 법정 은퇴 연령 상향 + 연금개혁”이라는 조합을 선택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정년을 강하게 유지하는 이유에는 연공서열 중심 임금체계, 기업 중심 고용 관행, 고령화 속도, 내부 이동성이 낮은 조직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정년을 갑자기 없애면 임금체계와 고용 구조 전체를 한 번에 바꿔야 하기 때문에, 제도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싱가포르는 국가가 나서서 기업 비용을 분담하며 정년 이후 재고용을 촘촘하게 설계했고, 영국·독일·미국은 비교적 오래전부터 개인 선택과 계약 중심의 노동시장 구조를 갖춰 정년을 없애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각 나라의 역사와 노동시장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정년제도 역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국 시니어에게 세계 정년제도 비교가 주는 다섯 가지 메시지

세계의 정년제도를 비교해 보면, 한국 시니어에게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분명하게 다가옵니다.

첫째, 앞으로 60대는 지금보다 더 오래 일하는 시대에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한국·일본·프랑스·싱가포르·영국·독일 모두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노동기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둘째, 고용의 형태는 점점 더 유연해질 것입니다. 정규직 풀타임만이 아니라, 재고용, 시간제, 단축근로, 프로젝트 단위 고용 등 다양한 방식이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어떻게 오래 일할 것인가”가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셋째, 능력 중심·직무 중심 고용이 강화된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적응력, 직무 전문성, 건강과 체력, 대인관계 능력 등은 60대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는 핵심 조건이 됩니다. 나이가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준비”가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넷째, 연금과 소득 구조를 반드시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정년이 60세인지, 63세인지, 65세인지에 따라 연금 개시 시점, 자산 인출 계획, 저축 습관이 모두 달라집니다. 세계의 흐름은 분명히 “더 오래 일하고, 그만큼 연금도 늦게 받는 구조”로 가고 있습니다.

다섯째, 정년제도는 앞으로 수년간 계속 변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책과 시장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오늘의 규칙을 내일 그대로 적용할 수 없을 수 있습니다. 정보를 잘 챙기는 것만으로도 선택지가 크게 달라집니다.

결론 — 세계를 보면 한국 시니어의 미래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

한국과 일본처럼 정년을 강제로 묶어 둔 나라, 싱가포르처럼 정년과 재고용을 패키지로 설계한 나라, 프랑스처럼 연금개혁을 통해 은퇴 연령을 끌어올리는 나라, 그리고 영국·독일·미국처럼 정년을 없애고 연령차별 금지를 원칙으로 삼는 나라까지. 각기 다른 모델이지만, 큰 흐름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평균수명이 길어진 만큼 60대 이후에도 더 오래, 더 유연하게 일하는 시대”가 세계 곳곳에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이 흐름에서 예외가 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정년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지켜보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지금부터 건강, 역량, 재무, 일의 방식, 정보 습관을 차근차근 정비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도의 변화는 국가가 정하지만, 그 변화를 기회로 바꾸는 일은 각자의 몫입니다. 세계의 정년제도를 한 번쯤 차분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60대를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그림이 조금 더 선명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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