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체중 관리, 장수와 건강을 위한 핵심 전략
2편/과체중이 오히려 낫다? 시니어 체중과 비만 역설의 진실
노년기의 체중과 사망률 사이에는 일반적 상식과 다른 결과가 관찰되기도 합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시니어에게선 약간의 과체중(BMI 25~27)이 정상체중보다 오히려 사망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에서 수만 명을 10년간 추적한 연구, 한국 노인연구패널(KLoSA) 분석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보고되었습니다. 학계는 이를 비만 역설(Obesity Paradox)이라 부릅니다.
이 주장은 “살이 찌면 건강에 해롭다”는 기존 통념을 흔드는 것이어서, 많은 시니어와 의료 전문가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실제로 일부 임상의들은 체중이 약간 높은 시니어가 병원 입원 시 회복력이 더 높다는 경험적 근거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BMI의 한계
비만 역설이 제기된 배경에는 BMI 지표 자체의 한계가 있습니다. BMI는 키와 체중의 비율을 계산한 단순 수치일 뿐, 근육량·체지방 분포·복부 지방 여부를 반영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BMI 26이라도 한 시니어는 근육이 잘 유지된 건강한 상태일 수 있고, 다른 시니어는 복부 지방이 과도해 대사 질환 위험이 높은 상태일 수 있습니다. BMI만으로 건강 상태를 단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WHO 역시 노년기에는 BMI 대신 체성분 검사, 허리둘레, 체지방률 등을 함께 보아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연구 설계의 맹점
비만 역설을 뒷받침하는 연구의 상당수는 이미 질환을 가진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예컨대 심부전, 만성 신장질환, 당뇨 환자군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과체중 환자의 생존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입니다.
이런 결과는 실제로 “과체중이 건강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질병으로 인해 체중이 급격히 줄어든 집단과의 비교 효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학계에서는 이를 역인과성(reverse causality)이라고 부릅니다. 즉, 병 때문에 살이 빠져 사망률이 높아졌는데, 이를 BMI 수치와 단순 비교하면서 “과체중이 유리하다”는 착시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흡연, 암, 사회경제적 요인 등 혼합 요인(confounding)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따라서 연구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되는 연구들
비만 역설을 의심하는 반대 연구도 많습니다. 유럽에서 50만 명 이상을 추적한 대규모 역학 연구는 과체중과 비만이 시니어의 심혈관질환·뇌졸중 위험을 오히려 높인다고 보고했습니다.
국내 대학병원 연구에서도 비만 시니어의 고혈압, 당뇨, 관절염 발생률이 유의하게 높았으며, 체중이 늘어날수록 만성질환 복합 위험도가 올라갔습니다. 특히 복부비만은 치매 발병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이는 “과체중이 무조건 안전하다”는 단순화된 해석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줍니다.
체중보다 중요한 것
결국 비만 역설 논쟁이 던지는 교훈은 단순합니다. 체중계의 숫자만으로는 건강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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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성분 검사
체중계 숫자보다 근육량과 지방 비율이 더 중요합니다. 근감소증을 막기 위해 단백질 섭취와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합니다. -
건강 상태별 목표 설정
당뇨, 고혈압, 골다공증 등 개인 질환 상태에 따라 체중 목표가 달라져야 합니다. 같은 BMI라도 누구에게는 위험, 누구에게는 적정일 수 있습니다. -
급격한 체중 변화 경계
시니어에게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는 암, 심혈관질환, 우울증 등 중대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맥락과 시니어 삶의 질
체중 논쟁은 개인 건강 차원을 넘어 사회적 과제로 이어집니다. 초고령사회 한국에서 시니어의 체중 문제는 의료비, 장기요양 부담, 노인복지 정책과 직결됩니다. 체중 관리 실패는 개인 질병을 넘어 국가적 의료 재정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체중 관리는 더 이상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공동체적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 숫자보다 맥락이 중요하다
비만 역설은 “과체중이 건강에 이롭다”는 단순 메시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BMI라는 단일 지표의 한계를 드러내는 현상입니다.
시니어의 체중 평가는 반드시 근육량, 영양 상태, 생활 습관, 질병 이력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개인별 맞춤 접근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몸과 마음, 그리고 삶 전체의 균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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