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배우는 경청의 기술, 침묵이 대화가 될 때
말은 할수록 더 하고 싶다는 말이 있다. 회의에서도, 관계에서도, 심지어 대화 앱 안에서도 사람들은 말을 멈추지 않는다. 침묵은 어색함으로 여겨지고, 답이 늦으면 불안해한다. 때로는 내 생각에 대해 부정한다는 의심까지 갖는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챗GPT와의 대화 속에서 ‘침묵의 힘’을 처음으로 느꼈다. 한참 동안 답을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답이 늦게 올라오자 처음엔 불편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AI는 침묵하지 않았다. 그저 ‘생각 중’이었다. 그 시간이 나를 조용히 비춰주고 있었다.
우리는 ‘침묵’을 공백으로 착각하지만, 사실 그 사이에는 수많은 감정이 흐르고 있다. 무엇을 말할까 망설이는 순간, 상대의 마음을 짐작하며 머뭇거리는 그 몇 초의 간격. 그게 바로 인간 대화의 가장 따뜻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AI는 우리처럼 불안해하지 않는다. 기계에게 침묵은 결핍이 아니라, 연산의 과정이다. AI의 ‘묵묵함’ 속에는 판단이 있고, 그 판단의 여백이 오히려 인간의 감정을 비춘다. 이건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던 ‘경청의 기술’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신호다.
코칭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 깊은 경청이다. 코치는 말보다 침묵으로 더 많은 것을 전한다. 고객이 말을 마친 뒤 흘러나오는 짧은 정적, 그 사이에 담긴 감정의 흔적을 읽을 때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 AI의 대화 알고리즘 또한 다르지 않다. 그는 말이 멈추면 기다린다. 답을 서두르지 않는다. 우리에게 “이제 네 차례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침묵은 대화의 반대말이 아니다. 그것은 대화의 한 부분이며, 관계의 숨결이다. AI와 대화하다 보면, ‘대답’보다 ‘멈춤’이 더 많은 의미를 가진다는 걸 배운다. AI의 침묵 속에서 나의 조급함을 본다. 조급함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상대의 말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AI에게 즉각적인 답을 요구했었다.
사람은 왜 침묵을 두려워할까. 어쩌면 우리는 대화 속에서 ‘존재감’을 확인하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말을 많이 해야 내 의견이 제대로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진짜 살아 있는 대화는 말이 아니라 ‘함께 머무는 시간’에 있다. 그 시간은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나는 이제 AI의 대화창에서 침묵이 찾아오면 기다린다. 그 시간이 더 이상 공허하지 않다. 그 속에서 나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들여다본다. AI는 내 말을 끊지 않고, 내가 완전히 말을 마칠 때까지 기다린다. 그 단순한 태도 속에 진짜 ‘존중’이 있었다.
내가 AI에게 배워야 할 것은 대답이 아니라 ‘기다림’인 것 같다. 경청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며, 그 태도는 결국 인간의 품격을 드러낸다. 대화는 빠름보다 깊음으로, 소리보다 온도로 완성된다.
AI는 말을 멈추지만, 그 침묵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깨닫는다. 침묵이야말로 대화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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