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WAVE 4편-두려움,인간이 새로움을 배우기 위한 첫 번째 감정

넥스트 웨이브 4편 – 두려움, 인간이 새로움을 배우기 위한 첫 번째 감정

넥스트 웨이브 4편 – 두려움, 인간이 새로움을 배우기 위한 첫 번째 감정

원시시대, 우리의 조상은 동굴 밖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낯선 소리에 몸을 떨었다.
그 공포 때문에 그들은 달아났고 살아남았다.
두려움은 그들의 생존을 위한 본능이었고, 동시에 인간의 첫 번째 기술이었다.
하지만 용감했던 이들은 소리를 향해 달려나가다 외부의 적에게 공격당했을 것이다.
어쩌면 인류를 지금까지 이어오게 한 것은 용기보다 두려움이었을지도 모른다.
두려움은 생존을 위한 감정이었고, 우리를 안전하게 다음 세대로 이끌어온 본능의 언어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은 다르다.
이제 우리가 마주한 두려움은 맹수나 어둠이 아니라, 기술과 변화, 그리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비롯된다.
즉, ‘나’라는 존재가 사회와 기술의 흐름 속에서 어떤 의미로 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이다.

1. 기술의 시대, 새로운 형태의 불안

AI가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사람의 목소리까지 흉내 내는 시대.
우리는 경이로움과 함께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낀다.
“이 기술이 나를 대신하지 않을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질문들 속에는 기술보다 더 깊은 공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쓸모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인간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두려움은 언제나 배움의 시작이었다.
처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첫 발표를 할 때를 떠올려보자.
손이 떨리고 목소리가 갈라졌지만, 그 두려움을 지나야 우리는 세상 앞에 설 수 있었다.
처음 운전대를 잡던 날, 처음 사랑을 고백할 때도 얼마나 떨렸던가.
AI 시대의 두려움도 다르지 않다.
그것은 ‘끝’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라’는 신호다.
두려움은 진화를 향한 인간의 본능적 호출이다.

2. 두려움은 멈추게 한다

철학자 한병철은 『피로사회』에서 말했다.
“성과 중심의 사회는 인간을 스스로 착취하게 만든다.”
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켰지만, 동시에 인간을 효율의 감옥으로 몰아넣었다.
우리는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기술에게 쫓긴다.
그 결과 인간의 내면은 점점 피로해진다.
그가 말한 ‘피로사회’는 바로 지금 우리의 초상이다.

하지만 두려움의 본질은 다르다.
두려움은 인간을 마비시키는 감정이 아니라,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감정이다.
그 불안 속에서 우리는 잠시 멈추고 생각한다.
그 ‘멈춤’이야말로 인간에게만 허락된 기술이다.
멈춤은 단순한 정지가 아니라 방향을 다시 잡는 행위다.
멈춘 자리에서 인간은 비로소 파도를 바라본다.

3. 파도를 이기는 법

지금 우리는 새로운 기술의 파도 앞에 서 있다.
그 파도는 거대하고 빠르다. 잠시라도 망설이면 휩쓸려갈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파도를 이기는 법은 단 하나,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다.
두려움을 무시하면 파도에 휩쓸리지만, 두려움을 받아들이면 그 물결 위에 몸을 실을 수 있다.
두려움은 기술을 배우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이다.

4. 기술이 적일까

기술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
진짜 위험은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이다.
두려움이 사라진 자리엔 무감각이 남고,
무감각은 결국 인간의 존엄을 마비시킨다.
AI의 시대에도 감정의 시대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려움은 불편하지만, 감각을 깨우는 경고등이다.
그 불빛을 따라갈 때 우리는 다시 인간으로 깨어난다.

5. 두려움은 사유의 시작이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말했다.
“두려움은 사유의 첫 번째 단계다.”
두려움은 인간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다.
기술의 파도 앞에서 떨고 있다는 것, 그것이 곧 우리가 여전히 인간임을 증명한다.
그러니 두려움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것은 무능함의 증거가 아니라 깨어 있음의 증거다.
기술이 아무리 빠르게 진화해도,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이다.
두려움은 우리를 주저앉히는 감정이 아니라,
올바른 속도로 나아가게 하는 방향등이다.

6. 두려움을 길로 바꾸는 법

결국 두려움을 직면한다는 것은 기술을 거부하는 일이 아니라,
기술과 함께 인간으로 남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두려움은 장애물이 아니라 길이다.
그 길 위에서 인간은 다시 배우고, 다시 성장할 것이다.
분명히.

참고자료

① 한병철 (2012) 『피로사회』, 문학과지성사.
② 한나 아렌트 (2019) 『인간의 조건』, 이진우 옮김,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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