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로 본 나이 들어가는 나의 삶 ⑦
설명 대상이 아니라, 결정 주체로 살 권리
나이가 들수록 주변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그냥 이렇게 하시면 돼요.” “어르신, 그건 어려우실 거예요.” “걱정 마세요, 알아서 처리해 드릴게요.” 듣기엔 친절하지만, 그 말은 종종 한 사람의 자리를 작게 만듭니다. 설명은 있지만 질문은 사라지고, 결정을 대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나이 든 사람의 삶은 점점 ‘설명만 듣는 사람’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이 마지막 편에서 우리는 이렇게 묻습니다. “나는 여전히 내 삶의 중요한 일들을 직접 묻고, 선택할 수 있는가?”
1. ‘결정권’을 빼앗기는 다섯 가지 순간
첫째, 병원에서. 치료 방침이나 수술 동의서 앞에서 “어르신, 그냥 사인하시면 됩니다.” 의료진의 시간은 빠르고, 설명은 어려운 말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내 몸의 일이라면, ‘이해할 권리’가 가장 먼저입니다.
둘째, 재산과 유산의 문제에서. “자식이니까 알아서 하겠지.” “나는 그냥 이름만 빌려줄게.” 이런 말 뒤에는 자주 후회가 남습니다. 재산과 계약의 결정권은 나이와 상관없이 여전히 본인에게 있습니다.
셋째, 아파트 회의나 마을 일에서. “어르신은 그냥 계세요.” “복잡한 일은 젊은 사람들이 할게요.” 하지만 거기서 빠지는 순간, 삶의 공간에 대한 권한도 함께 사라집니다. 조용히 넘겨주는 일들이 쌓이면, 결국 ‘내 동네’의 결정에서도 이름이 빠집니다.
넷째, 가족의 결정 안에서. 요양원, 병원, 재산 문제, 심지어 여행 계획까지 “엄마는 그냥 편하게 계세요”라는 말은 따뜻한 배려 같지만, 때로는 ‘당신의 생각은 필요 없다’는 선언처럼 들립니다.
다섯째, 사회적 제도 안에서. 정책, 복지, 서비스가 나를 대상으로만 설계되고, 의견을 묻는 창구는 늘 ‘대표자’나 ‘대리인’에게로 향합니다. 하지만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참여’를 전제로 할 때 더 정직해집니다.
2. 나이 들어가는 시민의 결정권, 세 가지 기준
첫째, 이해할 수 있어야 동의할 수 있다. 의료, 행정, 금융, 돌봄 등 어떤 결정이든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설명을 요청하는 일’은 무지의 표시가 아니라, 합리적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둘째, 묻는 사람으로 남을 권리. “이건 왜 그런가요?”, “다른 방법은 없나요?”, “나중에 바꿀 수 있나요?” 질문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주체의 문제입니다. 나를 대신해 결정하려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해 보십시오. “이건 제 인생의 일이라, 제가 직접 듣고 결정하고 싶습니다.”
셋째, 언제든 의견을 바꿀 권리. 처음의 선택이 항상 옳을 수는 없습니다. 돌봄, 거주, 의료, 재정 등 모든 영역에서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책임 있는 시민의 태도입니다.
3. 오늘, 스스로를 위해 해볼 수 있는 세 가지
1) 병원·은행·행정 창구에서 ‘한 줄 요청문’을 익히기. “중요한 내용이니, 쉬운 말로 한 번만 더 설명해 주세요.” “오늘은 결정을 미루고,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두 문장만 기억해도, ‘설명만 듣는 자리’에서 ‘결정하는 자리’로 이동합니다.
2) 가족에게 내 의사를 기록으로 남기기. 의료, 재산, 거주 등 주요 결정을 가족에게 미루지 말고 “내가 원할 때는 이렇게 하고 싶다”는 문장을 직접 적어 두십시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기는 가장 명확한 지도입니다.
3) 마을이나 시민단체의 의견 수렴 자리에 참여하기. 행정은 ‘참여자’가 많을수록 달라집니다. 나이 들어서도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모일 때, 사회는 비로소 성숙해집니다.
4. 함께 요구해야 할 세 가지 방향
첫째, 설명 의무의 제도화. 병원·행정·금융 창구에서 나이 든 사람에게도 이해 가능한 언어로 설명하고, 동의 절차를 명문화해야 합니다.
둘째, ‘시민 결정 지원 시스템’의 확충. 대리인 중심이 아닌 ‘본인 중심’의 서명·의사 기록 제도, 그리고 무료 법률·행정 상담 서비스가 더 넓어져야 합니다.
셋째, 시니어 의사 표현을 존중하는 문화. 젊은 세대가 대신 결정하지 않고,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묻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 한마디가 존엄을 지키는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5. 이 시리즈가 남기고 싶은 마지막 한 줄
“나는 설명만 듣는 대상이 아니라, 내 삶의 결정을 직접 내릴 수 있는 시민이다.”
이 한 줄을 기억한다면, 나이 듦은 의존의 시간이 아니라, 내 삶을 다시 선택하고 설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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