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 계산해도 매달 돈이 새는 이유, 대부분 여기서 틀립니다
간병비를 계산해 보면 어느 정도 숫자가 나옵니다. 하루 비용에 날짜를 곱해보고, 대략 한 달 예산을 잡아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달이 지나면 대부분 같은 말을 합니다. “계산한 것보다 훨씬 더 들었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계산 실수가 아니라, 간병비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에서 생깁니다.
많은 가족이 간병비를 ‘고정 비용’처럼 생각합니다. 하루 단가가 정해졌으니, 그 숫자가 유지될 거라 믿는 것입니다. 하지만 간병비는 고정 비용이 아니라 상태에 따라 움직이는 비용입니다. 여기서부터 예산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간병비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간병비는 병원비와 분리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병원 환경과 환자 상태에 강하게 영향을 받습니다. 병실이 바뀌거나, 환자의 움직임이 줄거나, 야간 관리가 필요해지는 순간 간병의 방식이 달라집니다. 이 변화는 곧바로 비용으로 이어집니다. 계산 당시의 조건이 유지되지 않으면, 숫자도 유지되지 않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간병비 외 비용’을 간과하기 때문입니다
간병비만 계산해 놓고 나면 마음이 잠시 놓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병원 밖 비용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보호자의 이동 비용, 식비, 병실에서 계속 발생하는 소모품 비용은 하루하루 작아 보이지만, 한 달이 지나면 간병비에 맞먹는 금액이 됩니다. 이 비용은 계산표에 처음부터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예산이 틀어졌다고 느끼게 됩니다.
세 번째 이유는 기간에 대한 착각입니다
“이번 주만 넘기면 괜찮아질 것 같다”는 말은 간병 현장에서 가장 자주 나옵니다. 문제는 이 말이 반복될수록 비용도 함께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간병비는 하루 단가보다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입원이 길어질수록 비용은 선형적으로 늘지 않고, 중간중간 튀는 구간이 생깁니다. 이 구간을 계산에 넣지 않으면 예산은 어김없이 빗나갑니다.
네 번째 이유는 가족 내부 기준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간병비를 누가, 어디까지, 언제까지 감당할 것인지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작은 비용 변화에도 갈등이 생깁니다. 갈등은 결정을 늦추고, 결정 지연은 비용을 키웁니다. 이 과정에서 “처음 계산과 다르다”는 말이 나오지만, 사실은 계산이 아니라 기준이 없었던 것에 가깝습니다.
다섯 번째 이유는 퇴원 이후를 계산에서 빼기 때문입니다
많은 가족이 퇴원을 비용의 끝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퇴원이 또 다른 시작인 경우가 많습니다. 통원 치료, 재활, 집에서의 돌봄 공백은 입원 중보다 더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 구간이 빠진 계산은 처음부터 완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산이 틀어지지 않으려면 계산 방식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하루 비용을 묻는 대신, “이 상태가 몇 주, 몇 달 유지될 수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간병비만 적는 대신, 병원 안 비용과 병원 밖 비용을 함께 적어야 합니다. 그리고 퇴원 이후 최소 2주를 별도의 비용 구간으로 떼어 놓고 봐야 합니다.
간병비는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구조를 모르고 숫자만 맞추면, 숫자는 반드시 어긋납니다. 반대로 구조를 먼저 이해하면, 완벽하진 않아도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서 조정이 가능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의 상황에서는, 지금 계산표에 들어가 있지 않은 비용이 무엇일지 한 번만 떠올려 보셔도 충분합니다. 그 지점이 바로, 예산이 틀어지기 시작하는 출발점일 가능성이 큽니다.
#간병비 #간병비계산 #간병비예산 #요양비용 #의료비부담 #간병비현실 #간병비구조 #요양간병 #장기돌봄 #복지정책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