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세상이야기 ④ 돈보다 시간을 중시하는 세대에 대하여
한때는 “열심히 일해야 성공한다”가 세상의 진리처럼 들렸습니다.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사무실, ‘야근이 곧 성실함’이던 시대. 그런데 지금 젊은 세대는 말합니다. “돈보다 내 시간을 지켜야 합니다.” 이 문장은 게으름의 선언이 아니라, 삶의 철학이 바뀌었다는 신호입니다.
존재의 피로에서 균형의 철학으로
과잉 경쟁, 불안정한 노동, 끝없는 스펙의 압박 속에서 자라난 세대는 일찍 깨달았습니다. 돈으로는 시간과 평온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이들은 더 벌기보다 덜 소모되기를, 높이 오르기보다 오래 버티기를 선택합니다. 이는 생산성의 하락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전환입니다.
시간은 급여의 일부가 되었다
주 4.5일제, 재택·원격, 자율 출퇴근 같은 제도가 확산되며 시간은 임금 외에 또 하나의 보상이 되었습니다. 기업들은 더 높은 연봉만으로 인재를 붙잡지 못합니다. 젊은 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를 받는가’만이 아니라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쉰다’입니다. 시간은 이제 삶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자산으로 인식됩니다.
돈보다 시간? 돈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그들이 돈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돈이 ‘목적’으로 바뀌는 순간 삶이 왜곡된다는 것을 압니다. 돈은 더 나은 삶을 위한 도구여야 하고, 그 도구를 쓰기 위한 시간의 여백이 필요합니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 ‘소유의 삶’에서 ‘존재의 삶’으로의 이동처럼, 지금의 젊은 세대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먼저 묻습니다.
워라밸은 복지가 아니라 신뢰의 언어
예전엔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 목록 중 하나로 취급되던 워라밸이 이제는 세대 간 신뢰를 연결하는 기본 조건이 되었습니다. 시간에 대한 존중이 없는 조직에서 젊은 인재는 머물지 않습니다. 반대로 시간 주권을 보장하는 기업은 성과와 충성도 모두에서 신뢰를 얻습니다. 시간 존중은 곧 사람 존중입니다.
시간을 지키는 삶의 디테일
시간을 중시한다는 것은 ‘쉬고 싶다’는 감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건 루틴과 기준이 있어야 가능한 실천입니다. 아침의 짧은 운동, 식사와 수면 시간의 규칙, 몰입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 알림 관리, 주 1회의 디지털 디톡스, 한 달에 하루는 스스로에게만 쓰는 ‘온전한 휴식일’. 이런 디테일이 시간의 품격을 높입니다.
시니어가 느끼는 불편함을 이해한다
“그렇게 살아서 어떻게 먹고사니?”라는 질문은 당연합니다. 한 시대를 지탱한 것은 많은 이들의 희생의 윤리였으니까요. 다만 지금은 희생이 미덕이던 환경이 아니라, 과로가 건강과 관계를 무너뜨리는 시대입니다. 젊은 세대가 선택한 것은 편안함이 아니라 균형의 책임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무너진 리듬을 다시 세우려는 태도입니다.
시간의 경제학—‘덜’이 만드는 ‘더’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에 여유가 생기면 일의 성과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휴식은 몰입의 조건이고, 회복은 창의의 토대입니다. 덜 쓰는 시간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듭니다. 이것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생리학과 인지과학이 보여주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뇌에는 리듬이 있고, 그 리듬을 무시하면 성과는 일시적으로 오를지 몰라도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시간 투자처를 바꾸는 세대
젊은 세대는 여가를 단순한 쉼이 아니라 자신을 확장하는 투자로 봅니다. 언어 공부, 취미의 장기화, 지역 커뮤니티 참여, 짧은 여행과 산책 같은 낮은 비용의 회복 루틴.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에 시간을 쓰며 삶의 볼륨을 키웁니다. 그들에게 휴식은 공백이 아니라 다음의 시작입니다.
조직의 과제—성과보다 리듬을 설계하라
기업과 팀의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더 열심히’가 아니라 더 현명하게의 프레이밍입니다. 마감 집중 구간과 회의 최소화, 비동기 협업 도입, 스몰 배치·짧은 피드백 루프, 불필요한 보고 제거. 시간 낭비를 줄이는 설계가 곧 경쟁력이 됩니다. 사람의 시간을 아끼는 시스템은 곧 고객의 시간을 아끼는 제품으로 연결됩니다.
시니어에게 건네는 제안—잘 쉴 권리
세대를 가르는 것은 나이가 아니라 시간을 대하는 태도일지 모릅니다. 오래 일했다면 이제는 잘 쉴 권리가 있습니다. 걷기, 독서, 취미, 동네 커뮤니티, 가벼운 봉사—시간을 채우는 작은 기쁨을 꾸준히 누릴 때, 삶은 다시 균형을 찾습니다. 이는 젊은 세대가 가르쳐 준 소중한 배움입니다. 내 시간을 지키는 일은 곧 내 건강과 존엄을 지키는 일입니다.
철학적 전환—속도보다 방향
시간을 중시하는 선택은 결국 질문을 바꿉니다. “얼마나 빨리?”가 아니라 “어디로 가는가”. 속도는 때때로 우리를 멀리 데려가지만, 방향이 틀리면 더 멀어진 곳에서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방향이 선명하면 속도는 따라옵니다. 시간의 철학은 결국 방향의 철학입니다.
결론—시간은 마지막 사치이자 가장 근원적 자유
“열심히 일해야 산다”에서 “내 시간을 지켜야 산다”로의 이동은 사회의 성숙을 보여줍니다. 시간은 인간이 공평하게 받은 자원이며, 어떻게 쓰느냐가 삶의 품질을 결정합니다. 젊은 세대가 선택한 이 길은 도피가 아니라 회복, 나태가 아니라 균형, 안일이 아니라 책임 있는 자유입니다. 시간은 마지막 사치이자, 우리가 지켜야 할 가장 근원적인 자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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