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지 않는 사람 때문에 지칠 때 – 내 마음을 지키는 법
분명 상대가 잘못한 상황인데, 끝까지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한 채 상황이 지나가 버릴 때가 있습니다. 말은 끝난 것 같은데 마음은 전혀 끝나지 않은 느낌, “나만 아직 이 일을 붙들고 있는 것 같다”는 피로감이 서서히 쌓입니다. 어느 순간에는 이런 생각까지 스치지요. “이렇게까지 마음 쓰는 내가 정상일까?”
사과하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가 힘든 이유는 단순히 사과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사과가 없을 때 생기는 공백을 대부분 내가 채우기 때문입니다. “내가 너무 예민했나?”, “내가 말을 심하게 했나?”, “내가 먼저 연락해야 하나?” 같은 질문들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잘못한 사람보다 오히려 내가 더 지쳐 버립니다.
마음이 지치는 핵심 이유는 이것입니다. 상대의 행동에서 비롯된 일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내 탓”이라는 해석으로 돌려버리는 마음의 구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분명 억울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뭘 잘못 생각했지?” 하는 자책으로 흘러갑니다. 이 과정에서 내 자존감과 에너지가 조금씩 소모됩니다.
그래서 사과하지 않는 사람 때문에 힘들어질 때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상대의 인격이나 태도보다, “이 상황을 내가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입니다. 마음의 피로는 사건보다 해석에서 더 많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사과하지 않는 태도와 내 마음의 해석 사이의 간격
사과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은 보통 몇 가지 공통적인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임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이 작아진다고 느끼거나, 미안하다고 말하면 상대에게 ‘지는 것’이라고 여기거나, 어릴 때부터 사과와 감정 표현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어서 불편한 상황을 피하는 방향으로만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과 대신 농담을 하거나, 다른 이야기를 꺼내서 분위기를 돌리거나, “그 정도 가지고 뭘 그래”라며 상황 자체를 축소해버리기도 합니다. 이때 우리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반응합니다. “아, 이 사람에게 나는 원래 이 정도에 불고하구나.” 그러면서 상처가 더 깊어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상대가 사과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그 사실을 내가 어떤 의미로 해석하는가는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상대는 그저 자신의 방식대로(미숙한 방식일지라도) 상황을 피하고 있을 뿐인데, 나는 그 행동을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 “나를 가볍게 본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실제로 나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사과하지 않는 태도는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감정과 책임을 다루는 능력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음은 그 부족함을 내 탓으로 끌어당기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이 지점을 이렇게 바꿔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 사람의 사과 능력과 나의 가치감을 굳이 연결할 필요는 없다.” 상대의 사과 유무가 내 가치와 인격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내 마음의 경계와 자율성을 지키는 기준은 내가 정해야 합니다.
내 마음을 지키는 구체적 방법 3가지
사과하지 않는 사람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어떤 사람은 평생 같은 방식으로만 반응하고 끝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중요한 것은 상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마주섰을 때 내 마음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입니다.
1) 책임의 경계를 다시 긋는 연습
갈등이 생겼을 때, 내가 분명히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을 “내 탓”으로 통째로 떠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사건을 다시 떠올리며 이렇게 정리해 보세요.
“이 일에서 객관적으로 내 책임은 어느 정도였을까?”
“내가 이미 했던 사과나 조치는 어디까지였을까?”
“지금 느끼는 과도한 죄책감은 상대의 몫까지 떠안은 것은 아닐까?”
이렇게 생각을 정리해 보면, “여기까지는 내 몫, 그 이후는 상대 몫”이라는 경계가 조금씩 드러납니다. 이 경계를 다시 긋는 것이 바로 마음의 자율성을 회복하는 첫 단계입니다.
2) 감정의 무게를 글과 말로 밖으로 꺼내기
사과를 받지 못한 채 끝난 일은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됩니다. 같은 장면이 반복되면서 감정은 더 무거워지고, 말하지 못한 감정은 안으로만 쌓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상대에게 따지는 말”이 아니라, 내 감정을 정리해 주는 내적 언어입니다.
종이에 이렇게 적어 보세요. “그때 나는 어떤 점이 가장 서운했는지” “어떤 말을 듣고 싶었는지” “그 상황에서 내가 이미 했던 노력은 무엇인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바깥으로 꺼내놓으면, 머릿속에 엉켜 있던 감정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립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생각보다 많이 참아왔구나”, “내가 이미 할 만큼은 했구나” 하는 인식도 함께 따라옵니다.
3) 관계의 거리와 기대치를 조정하는 기준 세우기
사과하지 않는 사람과 계속 가깝게 지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무조건 관계를 끊으라는 뜻이 아니라, “이 사람과의 관계는 어느 정도 거리에서 유지하는 것이 나에게 안전한가”를 스스로 정해보자는 것입니다.
자주 만나되 깊은 이야기는 줄일 수도 있고, 꼭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관계로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관계는 이렇게까지가 나에게 안전한 선”이라는 기준을 내가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이 기준을 세워두면 마음의 에너지가 모두 한 사람에게 빨려 들어가지 않습니다.
마음을 더 지치게 만드는 하지 말아야 할 3가지
마음을 지키고 싶다면, 무엇을 할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과하지 않는 사람 때문에 이미 지쳐 있다면, 다음 세 가지 패턴은 의식적으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끝없이 “내가 예민해서 그렇다”라고 결론 내리는 것
자신을 돌아보는 태도는 좋지만, 어떤 갈등이 생기든 매번 “내가 문제야”라고 끝내버리면 자존감은 빠르게 깎여 나갑니다. 그 순간만은 갈등이 잠잠해 보일지 몰라도, 마음 깊은 곳에는 “나는 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남습니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나를 고립시키는 방향입니다.
2) 상대를 바꾸기 위해 더 많이 참거나 더 많이 하지 말 것
“내가 더 잘하면 언젠가는 저 사람도 알아주겠지”라는 기대는 아름답지만, 현실에서는 나를 더 지치게 만들 뿐입니다. 사과하지 않는 사람에게 더 많은 친절과 배려로 접근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갑자기 감정과 책임을 잘 다루는 사람으로 변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관계의 균형이 이미 한쪽으로 너무 많이 기울어져 있다면, 거기에 더 많이 쏟아붓기보다는 “여기까지는 내가 할 수 있지만, 그다음은 상대 몫”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합니다.
3) 사과를 받기 전까지 내 일상 전체를 멈춰두기
사과를 받는 것이 정의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사과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내 마음과 일상을 전부 멈춰놓는다면, 결국 잃는 쪽은 나 자신일 뿐입니다. “언젠가 사과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나 그때까지 내 삶은 계속 가야 한다.” 이 태도가 마음을 더 건강하게 지켜주는 것이 아닐까요?
코치의 편지
사과하지 않는 사람 때문에 지친 마음으로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아마 그만큼 관계에 성실한 분일 것입니다. 대충 넘기지 못하고, 상처를 받으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내가 잘못한 건 없었는지 돌아보는 사람은 언제나 마음이 깊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마음이 깊은 사람일수록, 상대의 부족함까지도 자기 몫으로 끌어안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가 조금만 더 참았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그냥 넘어갔으면 괜찮지 않을까” 하며 스스로를 설득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지쳐 버립니다. 그 순간에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관계가 아니라, 나 자신을 바라보는 눈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글에서 가장 전하고 싶은 한 문장은 이것입니다. “상대의 사과 유무가 아니라, 내 마음의 경계와 자율성이 중요하다.” 사과를 받는 것이 당연히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일 앞에서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입니다.
사과하지 않는 태도는 그 사람이 아직 감정과 책임을 다루는 법을 충분히 배우지 못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 부족함이 나의 잘못일까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사과하고, 설명하고, 상대를 존중했다면, 그다음은 상대가 해야할 몫입니다.
오늘만큼은 “왜 저 사람은 사과를 안 할까”보다는 “이 상황 속에서 나는 나를 어떻게 지켜줄 수 있을까”에 조금 더 시선을 두시길 바랍니다. 내 마음을 지키는 일은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으려, 소중한 나만의 권한이자 의무일테니까요.
이 글을 읽고 나서, 아주 조금이라도 “그래, 나는 생각보다 잘 버텨왔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 좋겠습니다. 지친 마음 위에 작은 숨 한 번 크게 쉴 수 있다면, 그걸로도 오늘 이 글이 가진 역할은 충분할지 모릅니다.
"나는 나를 지킬 권리가 있는 사람이다”라는 문장을 드립니다. 앞으로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예전보다 조금은 덜 지치고, 더 내 자신 편에 서서 하루를 보내실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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