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멈출 수가 없다” — 희망근로연령 73세가 말해주는 시니어의 현실

우리나라 고령층의 희망근로연령이 평균 73세로 나타났습니다. 앞으로 몇 살까지 일을 계속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고령층 스스로 “73세 전후까지는 일해야 생활이 유지된다”고 응답하신 것입니다. 이 숫자는 단순한 설문 결과가 아니라, 지금 시니어 세대가 처한 경제·사회적 압박을 가장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연금을 받더라도 생활비가 충분하지 않고, 의료비·주거비·식비는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일을 멈추는 순간 소득이 뚝 끊기는 구조 속에서 “조금 더 오래 일해야 한다”는 판단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왜 희망근로연령이 73세까지 올라갔는지, 어떤 구조가 이 숫자를 밀어 올렸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기준을 세우면 좋을지 차근차근 살펴보고자 합니다.

시니어 희망근로연령 73세, 무엇을 의미할까요

희망근로연령은 ‘언제까지 일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응답하는 방식이지만, 실제로는 “언제까지 일해야 버틸 수 있을까”라는 현실 판단이 강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소득 공백의 위험입니다. 정년 이후부터 국민연금 수령까지 발생하는 소득 단절, 혹은 연금을 받더라도 월평균 생활비에 한참 못 미치는 수령액이 현실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60대 중반 이후에는 식료품 가격·의료비·관리비·교통비 등 필수 지출이 꾸준히 증가해, 은퇴 전보다 지출이 더 늘었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을 멈추는 것은 곧 소득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됩니다. 결국 “가능한 한 오래 일해야 한다”는 판단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되고, 그 결과가 희망근로연령 73세라는 숫자로 나타난 것입니다.

고령층 노동의 현실: 일자리는 있지만 임금은 낮습니다

시니어 노동시장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자리는 일정 수준 존재하지만, 대부분 낮은 임금, 짧은 계약 기간, 단순 업무 중심입니다. 경비, 환경미화, 매장 관리, 배달 보조, 요양보조 등 체력 소모가 큰 직종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니어께서 이 노동시장 안에 머무르시는 이유는 경제적 필요가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용 안정성이 낮아 연속적인 소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 해 일하고 다음 해 재계약이 되지 않기도 하고, 아예 구직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60대 후반 이후에는 건강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릅니다. 장시간 서 있는 업무나 반복적인 육체 활동은 매우 부담스럽지만, 대체 가능한 일자리는 제한적입니다. 즉, 선택지는 좁고 부담은 크며, 그럼에도 일해야 한다는 압박이 유지되는 구조입니다.

연금·물가·주거비가 함께 만드는 ‘73세의 현실’

현재 고령층의 생활을 지탱하는 축은 연금과 근로소득입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충분하지 않은 현실이 희망근로연령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첫째, 연금만으로는 부족한 생활비입니다. 국민연금 수령액은 평균적으로 월 60만~70만 원대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기본적인 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사적연금·퇴직연금 없이 은퇴하신 분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둘째, 물가 체감이 더 높게 나타나는 구조입니다. 시니어 소비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식료품·의료비·관리비는 일반 물가보다 오름폭이 더 큰 품목들입니다. 젊은 세대가 체감하는 물가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뉴스에서는 물가가 안정됐다고 하는데, 내 장바구니는 왜 더 가벼워지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주거비 부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관리비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소득이 없는 은퇴 시기에는 더 큰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겨울철 난방비, 각종 공과금은 줄이고 싶어도 마음대로 줄이기 어렵습니다. 이 세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일을 멀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가 아니라, “일을 멈추면 당장 생활이 위태롭다”는 판단이 자연스러운 결론이 되어버립니다.

일을 멈추지 못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봐야 합니다

경제·사회 전문지에서는 ‘73세까지 일하고 싶다’는 응답을 단순한 선호의 표현이 아니라, 노년 빈곤 문제의 구조적 후폭풍으로 분석합니다. 사람이 오래 사는 만큼 노후 기간도 길어졌지만, 그 기간을 지탱하는 제도·연금·일자리 구조가 함께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60대 이전까지는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많지만, 65세 전후가 되면 임금은 급격히 낮아지고 일자리의 질도 떨어집니다.

소득이 줄어드는 시기와 생활비가 늘어나는 시기가 겹치면서, 시니어는 일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여기에 가족 구조의 변화도 영향을 미칩니다. 자녀의 독립이 늦어지고, 부모 세대의 돌봄 부담이 다시 시니어에게 돌아오면서, 고령층이 부담해야 할 생활비는 과거보다 훨씬 커졌습니다. 결국 ‘73세까지 일한다’는 말은 경제·건강·가족 구조가 모두 변화한 지금의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집단적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필요한 것은 각자의 ‘기준’을 세우는 일입니다

노동시장의 현실은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개인은 자신의 속도와 건강에 맞게 일과 생활의 기준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일할 것인지, 건강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연금을 언제 받는 것이 유리한지, 지출 구조는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세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첫째, 수입은 적더라도 지속 가능한 일을 우선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리하게 높은 강도의 일을 선택하면 오래 버티기 어렵고, 건강 위험이 커집니다. 둘째, 연금 수령 시기와 근로소득의 관계를 다시 점검해 보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부 시기에는 연금 감액이 적용되지만, 전체 노후 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더 나은 선택이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지출 구조 점검이 필수입니다. 의료비, 식비, 주거비처럼 필수 지출 항목을 먼저 관리하고,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장기적인 부담이 줄어듭니다. 넷째, 건강 관리가 곧 노동 지속 능력이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근력, 균형감각, 수면, 체중, 혈압 같은 기초 건강 지표가 안정돼야 일할 수 있는 기간도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마무리하며: 숫자 뒤에 있는 삶을 봐야 합니다

희망근로연령 73세라는 숫자는 통계적 수치를 넘어, 지금 한국 시니어 세대가 느끼는 삶의 압박과 구조적 현실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일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에 더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더 오래 일한다는 전제를 두되, 각자에게 맞는 기준과 리듬을 다시 세우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자신의 삶의 속도와 노후의 설계를 조금 더 주도적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언제까지 일해야 하나’라는 막막한 질문 대신,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선을 옮기는 것, 아마 그 지점에서부터 새로운 노년의 준비가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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