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식 에이지테크, 나이 들어가는 세대가 함께 점검해야 할 기준

부산식 에이지테크, 나이 들어가는 세대가 함께 점검해야 할 기준

우리는 과거 어느 세대보다 오래 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나이 들어가야 하는지, 어떤 기술과 정책을 믿고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안내를 받지 못했습니다. 한편에서는 스마트시티, 실버산업, 에이지테크 같은 새로운 말들이 쏟아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1인 가구, 돌봄 공백, 고독사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글은 유행어를 소개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부산에서 논의되는 에이지테크 흐름을 계기로 나이 들어가는 세대와 그 가족이 함께 생각해 볼 기준을 정리해 보려는 시도입니다.

에이지테크, 나이 들어가는 삶을 위한 기술의 이름

에이지테크(AgeTech)는 Aging(나이 들어감)과 Technology(기술)의 합성어로, 나이 들어가는 사람의 삶을 더 안전하고, 더 오래 자립적으로, 더 인간답게 유지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모든 영역을 가리킵니다. 단순한 ‘노인용 전자제품’이 아니라 생활 전반을 다루는 인프라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에이지테크에 포함됩니다.

- 집 안과 욕실, 복도에 설치된 센서가 낙상이나 이상 움직임을 감지해 가족이나 담당자에게 알려주는 시스템
- 혈압, 혈당, 심박수를 기록해 의료진과 공유하는 원격 건강 관리 기기와 서비스
- 가스·화재 경보기, 문 열림 감지, 폭염·한파 알림 등 생활 안전을 강화하는 장치
- 방문 요양·방문 간호와 연계되는 돌봄 일정 관리 플랫폼
- 영상통화, 온라인 모임, 취미·학습 플랫폼 등을 통해 사회적 고립을 줄이는 서비스
- 큰 글씨, 단순한 화면, 음성 안내, 키오스크 도움 기능 등 금융·행정 서비스 접근을 돕는 기술

핵심은 기술 목록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에이지테크는 나이 들어가는 사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도구가 아니라, 선택권과 안전, 존엄을 지키도록 돕는 기반이 될 때 의미가 있습니다.

부산식 에이지테크 논의가 던지는 메시지

부산은 고령 인구 비율이 높아 ‘먼저 나이 들어가는 도시’로 불리지만, 동시에 이를 계기로 고령친화 정책과 기술, 산업을 결합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고령자 주거 환경에 안전센서와 안부 확인 서비스를 연계하고, 원격 건강 관리와 방문 서비스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통합하며, 에이지테크 기업과 기관을 유치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려는 구상들입니다.

방향이 사람 중심으로 잡힌다면, 혼자 사는 고령자도 더 빨리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한 지원 체계가 함께 강화되며, 나이 들어가는 세대의 경험을 살린 새로운 역할과 일자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기 설치와 홍보에만 집중하거나,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배제하거나, 개인정보 활용이 불투명하다면 에이지테크라는 이름은 명목에 그칠 뿐입니다.

따라서 개별 사업명을 외우는 것보다, 이러한 흐름을 볼 때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미리 정해 두는 일이 중요합니다.

에이지테크를 바라볼 때 기억해 둘 네 가지 기준

첫째, 실제 생활이 편해지는가.
새로운 기기나 서비스를 제안받으셨을 때, 설명을 듣고 무엇이 어떻게 나아지는지 구체적으로 떠오르는지 살펴보시면 좋습니다. 위급 상황에서 어떤 절차로 도움을 받는지까지 안내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둘째, 비용과 조건이 투명한가.
기기 가격, 월 이용료, 유지비, 계약 기간, 해지 조건, 위약금, 무료 체험 후 자동 유료 전환 여부 등은 서면이나 문자로 명확히 제시되어야 합니다. 이 부분이 불분명하다면 결정을 잠시 미루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셋째, 개인정보와 건강 데이터 사용이 분명한가.
어떤 정보를 수집하는지, 누가 그 정보를 보는지, 어디에 얼마나 보관하는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 설명을 요구하실 수 있습니다. 명확한 답변이 없다면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넷째,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분도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는가.
전화와 대면 상담 창구가 함께 있는지, 글씨와 화면이 보기 쉬운지, 처음 사용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안내가 준비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면, 그 서비스가 진짜 에이지테크다운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다섯 가지 행동

1) 새로운 기술·서비스 제안을 받으실 때 위 네 가지 기준을 한 번씩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시면 좋습니다. 이해되지 않는다면 “조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셔도 충분합니다.

2) 사용하면서 느낀 불편함, 우려, 긍정적인 경험을 주민센터, 복지관, 공식 상담 창구에 전달하시면 이후 정책과 서비스 개선에 직접적인 자료가 됩니다.

3) 복잡한 기기보다 먼저 집 안 안전 환경을 정비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욕실 미끄럼 방지, 조명 개선, 문턱 정리, 응급 연락처를 보기 쉬운 곳에 두는 기본이 갖춰져야 기술도 제 역할을 합니다.

4) 문자 확인, 본인 인증, 영상 통화 정도의 기본적인 디지털 활용을 “나를 지키는 도구”라고 생각하시고, 가족이나 지역 교육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익혀 두시면 여러 가지 선택에서 훨씬 자유로워집니다.

5) 정기적으로 안부를 나누는 사람과 작은 모임을 한두 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제도와 기술이 놓치는 빈틈을 메울 수 있습니다. 사람과의 연결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안전망입니다.

함께 기준을 세우는 출발점으로

에이지테크는 거창한 미래 담론이 아니라, 나이 들어가는 사람을 어떤 시선으로 대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기술을 두려워할 필요도, 이름만 믿고 모든 것을 맡길 이유도 없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서비스와 정책이 등장하더라도, 이 글에서 정리한 기준과 질문들을 떠올리신다면, 선택의 순간마다 조금 덜 흔들리고, 조금 더 스스로를 존중하는 방향을 고르시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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