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기본소득 실험, 한국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

대만의 기본소득 실험, 한국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

대만의 현금 지급 실험, 한국의 복지를 비추는 거울

대만이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두고 “대만이 기본소득을 시작했다”고 말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아직은 완전한 기본소득 제도가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현금 지급 실험에 가깝습니다.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대만의 시도는 이 가운데 “조건 없이, 모두에게”라는 요소는 담고 있지만, “정기적으로, 제도화된 형태”라는 기준에는 아직 이르지 않은 단계입니다.

대만의 실험, 무엇이 달랐나

2023년, 대만 정부는 국민 모두에게 6,000타이완달러(한화 약 28만 원)를 일회성으로 지급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과 사회적 연대 강화를 위한 정책이었습니다. 이후에는 한부모 가구,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조건 없는 지원 실험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매달 지급되는 기본소득 제도”라고 부르긴 어렵지만, “누구도 예외 없이, 현금을 직접 받아보는 경험”을 통해 복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금액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가 시민을 어떻게 대하느냐”입니다.

조건 없이, 모든 국민에게 같은 금액을 준다는 것은 “당신도 이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대만의 실험은 돈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나누는 일에 가깝습니다.

한국의 논의, 여전히 망설임 속에 머무르다

한국에서도 기본소득 논의는 여러 차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좌파 정책이다”, “세금이 부족하다”, “일 안 하고 돈 준다”라는 말과 함께 늘 거센 논쟁 속에 묻히기 일쑤였습니다.

물론 재정 부담과 제도 설계에 대한 걱정은 필요합니다. 다만 문제는 논의가 자꾸 “어차피 불가능하다”는 결론으로 끝난다는 점입니다. 시도하지 않으면, 그 정책이 정말 도움이 되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빠르게 늙어가고, 일자리 구조는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연금과 의료비 부담은 계속 늘어나는데, 복지를 “비용”으로만 본다면 그 부담은 결국 개인과 가족에게 떠넘겨집니다.

세계의 실험들, 복지의 새로운 언어를 찾다

기본소득과 현금 지원 실험은 대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여러 나라가 각자의 방식으로 “사람이 불안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2017년부터 2년간, 실업자 2,000명에게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럼 일을 안 하려 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실제로는 소득이 안정된 사람일수록 정신적 여유가 생기고, 구직 의욕도 오히려 높아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스페인은 코로나19 이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최소보장소득을 도입해 많은 가구에 기본적인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을 쓰지는 않지만, 일부 지자체에서 고령층을 위한 생활보조금 제도를 운영하며 새로운 복지 모델을 조용히 시험 중입니다.

정답을 가진 나라는 없지만, 이 실험들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사람이 불안하지 않아야 사회가 지속된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했다는 점입니다.

시니어 세대에게 복지는 어떤 의미일까

시니어에게 복지는 단순히 “얼마를 받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생활의 안정, 마음의 평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여유의 문제입니다.

정년 이후 끊기는 수입, 예측하기 어려운 의료비와 돌봄비, 자녀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겹칠 때, 기본소득이나 현금 지원은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이 됩니다.

“나는 기본소득을 원해. 하지만 그것조차 나에겐 허락되지 않을지 모른다.” 이 말 속에는 체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와 사회가 자신을 끝까지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복지는 누군가에게 더 주는 호의가 아니라, “당신도 여전히 이 사회의 한 사람이다”라고 확인해 주는 약속에 가깝습니다.

복지는 숫자가 아니라 태도다

한국은 여전히 ‘가능성’보다 ‘비용’을 먼저 계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가 무너지는 데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무관심입니다.

복지는 지출이 아니라 사회를 지탱하는 기반입니다. 사람들이 최소한의 안심을 느껴야 도시가 돌아가고, 삶의 기반이 있어야 일도 계속할 수 있습니다.

대만의 현금 지급은 아직 완전한 기본소득은 아닙니다. 하지만 복지를 향한 첫걸음이자,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가는 신호입니다. 우리는 그 거울을 보며, 한국의 복지와 미래를 다시 묻게 됩니다.

지금의 시니어 세대에게 기본소득이 당장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소득과 현금 지원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순간, 이미 다음 세대를 위한 길은 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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