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제는 단순한 근로시간 단축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일·삶 균형과 경제 생산성을 재설계하는 흐름입니다. 서강대 박정수 교수의 시각을 더해, 제도 변화의 실제 의미를 짚어봅니다.
주 4.5일제, 무엇이 달라지나 – 일과 삶의 균형을 다시 짜는 실험
주 4.5일제는 기존 주 5일 근무에서 금요일을 반나절 혹은 격주로 쉬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제도입니다. 단순히 하루를 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삶의 경계를 재조정하고 생산성 중심의 근무 문화로 바꾸려는 시도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미 공약 수준에서 주 4.5일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일부 공공기관과 기업은 시범적으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경기도는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주 4.5일 시범사업’을 통해 실효성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쉬는 날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실험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존 근무제와의 차이점
주 5일제는 주 40시간 근무가 원칙입니다. 반면 주 4.5일제는 근무일을 줄이거나 근무시간 자체를 36시간 내외로 단축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기업마다 ‘금요일 반차제’, ‘격주 금요일 휴무’, ‘선택적 근무제’ 등 다양한 형태로 적용할 수 있고, 특히 유연근무제와 결합할 때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러나 근무일을 줄인다고 해서 자동으로 성과가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과 신뢰 기반의 조직문화입니다. 불필요한 회의와 보고를 줄이고,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제도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 제도로 가능할까?
서강대학교 박정수 교수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주 4.5일제가 생산성을 높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임금과 노동생산성, 그리고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종합하면, 단순한 근로일 축소가 자동으로 경제성장을 담보하지 않는다.”
이 말은 제도의 본질이 ‘얼마나 덜 일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일하느냐’에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주 4.5일제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일의 질을 높이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시간만 줄이고 일의 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줄어든 시간 안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역설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기대되는 긍정적 변화
주 4.5일제의 가장 큰 기대 효과는 삶의 회복입니다. 금요일 오후나 격주 휴무를 통해 가족과 보내는 시간, 자기계발, 여행, 봉사 등 개인의 삶을 채울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업무시간이 압축되면 회의가 간결해지고, 집중력과 효율성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창의적 사고와 깊은 몰입이 필요한 지식노동·기획 직군에서는 ‘짧게 일하고 깊게 집중하는 구조’가 성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근무 유연성은 인재 유치와 조직문화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존중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는 곧 브랜드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려와 현실적 과제
모든 업종이 주 4.5일제를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처럼 교대근무나 현장근무 비중이 높은 업종은 인력 대체가 쉽지 않아 제도 도입에 어려움이 큽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인건비 부담과 인력 부족 문제로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근로시간 단축이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경우, 일부 노동자는 실질소득 감소를 겪을 수 있습니다. 박정수 교수의 지적처럼, 노동시간을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유지하거나 높일 수 있는 업무 재설계가 없다면 오히려 업무 압박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에게 주는 의미
시니어 근로자에게 주 4.5일제는 단순한 휴식 확대가 아니라 삶의 자율성과 존엄을 회복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퇴직 후 재취업이나 파트타임 근무를 원하는 시니어에게 근무일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면,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쉬워집니다.
또한 건강 관리, 가족 돌봄, 사회활동 참여 등 인생 2막의 과제를 병행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됩니다. 다만 시니어의 경험이 생산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속도보다 관계를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필요합니다.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을 때, 시니어의 경험과 지혜가 조직의 자산이 됩니다.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
주 4.5일제가 지속 가능한 제도로 정착하려면 업종별 맞춤형 도입 모델과 노사정 협의가 필수입니다. 근무일이 줄어도 조직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 스마트워크 인프라 구축, 협업문화의 성숙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제도의 목표는 단순한 ‘휴식의 확대’가 아니라 삶의 효율화입니다. 시간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줄어든 시간 속에서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일을 동시에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결국 주 4.5일제는 한국 사회가 생산성, 행복, 존엄이라는 세 가지 축을 어떻게 균형 있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거대한 실험입니다. 이 변화 속에서 시니어 세대가 자신의 리듬으로 일하고 살아가는 지혜를 다시 배우는 일, 그 자체가 한국 사회의 진짜 생산성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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