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과 예금이자가 같은 2.4% 시대는 겉보기에는 안정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정체의 신호다. 돈이 움직이지 않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수익이 아니라 살아내는 힘이다. 이 글은 실질이자율 0% 시대에 시니어가 어떻게 현실적 지혜로 삶을 지켜갈 수 있는지를 다룬다.
물가 2.4%, 예금이자 2.4% — 돈이 멈춘 시대의 현실적인 지혜
물가상승률이 2.4%, 예금이자도 2.4%다. 겉으로 보면 균형 잡힌 시대처럼 보이지만, 그 균형은 성장의 정지가 만든 착시다. 세금과 수수료를 제외하면 실제 수익률은 2%에도 못 미친다. 은행에 돈을 맡겨도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돈이 쉬고 있는 시대, 다시 말해 ‘정지의 시대’다.
여기에 세금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현실은 더 냉정해진다. 예금이자로 2.4%를 받아도 이자소득세와 지방세를 합친 15.4%를 내고 나면 손에 남는 실질이자는 2% 언저리다. 겉으로는 이자가 붙는 것 같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숫자가 올라가도 삶의 체감은 달라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답답하지만 정답은 단순하다. 이자보다 강한 ‘살아내는 힘’을 키우는 일이다. 돈이 불어나지 않는 시대에는 버티는 힘이 가장 큰 자산이 된다. 불안한 뉴스를 쫓아 하루에도 몇 번씩 통장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나의 생활 구조를 점검하는 일이 우선이다.
1. 정체된 시대, 잃지 않는 법을 배우는 시간
이자와 물가가 같다는 건 돈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수입은 늘지 않고 지출은 조금씩 새어나간다. 예전에는 은행 통장만 믿어도 안정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숫자가 고요하게 줄어드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다. 예금 만기 문자가 와도 예전처럼 설레지 않는다. 그저 “그래도 잃지는 않았네” 하는 안도감 정도만 남는다.
이럴 때 필요한 건 공격적인 투자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키는 기술, 다시 말해 ‘잃지 않는 법’이다. 지출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본질적인 질문은 ‘어디에 써야 덜 후회할까’다. 돈을 아끼는 것보다 가치 있게 쓰는 일이 중요하다. 건강, 관계, 배움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지켜주는 영역에 쓰는 지출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보험이다. 시간을 함께 투자해 삶의 질을 유지하는 지출,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생존력이다.
2. 예금이 아니라 관계에 이자를 쌓는 사람들
금리가 멈추면, 사람의 관계가 새로운 이자율이 된다. 돈이 불지 않는 시대에는 신뢰가 수익을 만든다. 도움을 주고받는 인간관계, 신뢰로 이어지는 네트워크는 어떤 자산보다 오래 간다. 젊을 때는 돈이 힘이었지만, 지금은 사람이 자산이다.
정기예금의 만기일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와 함께 늙어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경제가 멈출 때, 관계는 유일하게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이다. 동네 친구와의 한 끼 식사, 오랜 동료와 나누는 전화 한 통, 가족과의 솔직한 대화는 숫자로 계산되지 않지만 마음의 잔고를 채워준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일은 단순한 교류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이자’다.
3. 움직이는 돈보다, 움직이는 사람
물가보다 빠르게 오르는 것은 기술의 변화다. 디지털 세상은 매달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의 생활을 흔든다. 은행 이자는 멈췄지만, 배움의 이자율은 여전히 높다. 배우는 사람은 손해를 보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온라인으로 정보를 다루는 능력은 노년의 가장 강력한 재테크다. 스마트폰 뱅킹을 익히면 수수료를 아끼고, 금융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정책 정보를 찾는 법을 익히면 연금, 세제 혜택, 복지 제도를 놓치지 않게 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배움을 이어가는 사람은 사회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를 업데이트하며, 변화에 휘둘리지 않는다. 몸은 천천히 늙어도 머리는 진화할 수 있다. 배움은 수익보다 오래 남는 자산이다.
4. ‘살아내는 힘’은 결국 나를 믿는 힘
이 시대의 진짜 금리는 신뢰에서 나온다. 정부 정책도, 금융의 흐름도 예측하기 어렵지만 자기 자신은 예측할 수 있다. 조금 덜 벌어도 덜 두려워할 수 있는 마음의 힘, 그것이 살아내는 힘이다.
지금은 ‘버는 시대’에서 ‘버티는 시대’로 옮겨왔다. 그러나 버틴다는 건 단순히 참는 일이 아니다. 매일의 작은 균형을 찾아내고, 내 삶을 스스로 다스리는 일이다. 오늘 꼭 써야 할 돈과 미뤄도 되는 지출을 구분하고, 나를 지치게 만드는 관계와 에너지를 채워주는 관계를 구분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삶의 설계다. 이 능동성은 경제지표가 아니라 내 안에서 만들어진다. 살아내는 힘이란 결국 불안한 세상 속에서도 자신을 믿는 힘이다.
5. 시니어를 위한 세 가지 현실적인 점검 질문
정체된 시대일수록 거창한 계획보다 작은 질문이 중요하다. 다음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현재의 생활 구조를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첫째, “지금 내 통장에서 가장 많이 빠져나가는 돈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둘째, “그 지출은 1년 뒤에도 나에게 도움이 될까.” 셋째, “이번 달에 나를 위해 새로 투자한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다 보면, 줄여야 할 것과 더 써야 할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맺음말
2.4% 시대는 겉으로는 안정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정체의 경고다. 이 시대를 통과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돈의 속도를 쫓지 않고 삶의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다. 숫자가 보여주는 세계에만 매달리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기 쉽다.
살아내는 힘이란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면서도 나만의 속도로 걷는 힘이다. 이 시대의 이자율이 2.4%라면, 내 삶의 이자율은 내가 정할 수 있다. 오늘 내가 내리는 작은 선택이 내일의 나를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지, 그 기준을 스스로 세우는 것. 그 선택이 곧 지혜이며, 오늘을 지탱하는 가장 현실적인 경제학이다.
#물가상승 #예금이자 #실질이자율 #시니어재테크 #살아내는힘 #시니어경제 #노년재무설계 #디지털리터러시

댓글 쓰기